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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년연장' 미는데…한은 "이대론 청년 일자리·임금 다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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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올해 첫 구조개혁 보고서 '정년연장' 다뤄

"정년연장 후 고령층고용 1명 늘 때 청년은 1명 줄어"

'퇴직 후 재고용' 대안으로 제시…단계적 추진 권고

"임금체계 경직성 해소 없이는 과거 부작용 되풀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정년연장이 청년층 고용과 임금을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조기퇴직 증가 △전반적인 임금 하락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 노동계의 화두이자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띄운 정년연장 논의에 “임금 체계 개편 없이 정년만 연장할 경우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열린 ‘2025 양천구 취업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구인광고를 보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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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근로자 1명 증가할 때 20대 고용은 1명 줄어

한은은 8일 발간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서 2016년 법정정년 하한(60세) 도입으로 고령층(55~59세)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층(23~27세) 근로자는 평균 1명(0.4~1.5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법정정년 시행은 300인 이상 기업 기준으로 평균적으로 약 2.8년의 정년 연장 효과가 있었다.

고령층 고용은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상용직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상용직 고령층 고용률은 2.3%포인트(약 10만명) 늘었다. 고령층 전체 임금근로자 고용률은 1.8%포인트(약 8만명) 증가했는데, 정년 연장 이후 임시·일용직 고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기간 청년층 고용은 줄었다. 임금근로자 고용률이 6.9%포인트(약 11만명) 감소하며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감소했다. 고령층 고용 증대 효과에 대입하면 50대 중반 이후 근로자의 고용이 1명 늘어날 때 사회에 처음 진입하는 20대 중후반 취업자는 1명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고령층이 더 일하게 되는 대신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문턱은 높아졌다는 뜻이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장은 “임금체계 변화 없이 갑자기 정년을 연장하면서 고령 근로자가 늘자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조정이 쉬운 신규 채용을 줄였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정년연장에 따른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가 컸던 유노조·대기업에서 청년층 고용 감소도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 고용상황 악화가 출산율과 혼인율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정년연장에 따른 고령층 고용 증가 혜택이 유노조·대기업 일자리에 집중되는 현상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또 다른 문제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기 퇴직이 증가하면서 애초에 노린 고령층 계속 고용의 효과는 줄어들고, 청년층 고용 감소 타격만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임금근로자 기준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는 2016~2019년 2.3%에서 2020~2024년 1.3%로 감소했지만,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6%에서 -6.4%로 오히려 소폭 확대됐다.

아울러 오 팀장은 최근 10년간을 봤을 때 정년 연장이 전 연령층에 걸쳐 임금 하락 요인이 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2013년 대비 2023년 임금 변화에 정년 연장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임금을 0.06% 감소시켰으며. 감소폭은 중년층(36~54세), 청년층(16~35세), 고령층(55~59세) 순서였다.

(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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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초고령사회 진입한 韓…고령 인력 활용 필요

그렇다고 정년 연장을 터부시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저출생·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이미 지난해 말 기준 ‘초고령사회’(65세 인구 비중이 20% 이상)에 진입했다. 향후엔 인구 고령화가 더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늘어나는 고령층의 대다수는 계속 일하기를 원한다. 반면, 청년층에선 취업할 의지나 시도도 없이 ‘그냥 쉬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은은 향후 10년간 노동공급이 141만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 노동공급량의 6.4%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을 3.3%(연 0.33%)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향후 10년간 평균 잠재성장률이 연 1.6%인 점을 고려할 때, 노동공급 감소로 인한 성장률 감소는 잠재성장률 추정치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저출생에 더해 ‘쉬었음’ 인구 증가로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고령층이 경제활동을 못할 경우 성장 잠재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오 팀장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노동공급 감소와 성장 잠재력 저하를 완화하기 위해 고령층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이 불가피하다”며 “고령층의 높은 계속근로 의지, 은퇴 후 소득 공백, 정부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낮은 만족도 등을 고려할 때 고령층이 더 오래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것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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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보단 ‘퇴직 후 재고용’…“임금체계 개편도 병행

한은이 제시한 대안은 ‘퇴직 후 재고용’이다.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와 근로 관계를 종료한 후 새로운 근로 계약을 체결해 다시 고용하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임금을 조정하고 근로조건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해 고령층 계속근로를 장려할 수 있다.

고령층 계속 근로 효과를 내면서 청년과 기업 부담은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고령층 입장에서도 본인의 경력과 상관 없는 노인 일자리나 위험도가 높은 자영업을 선택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깔려있다.

재고용의 경우 초기에는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자율적인 재고용 확산을 유도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기업에 재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한은측 권고안이다. 과거 일본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60세 정년→ 65세 고용확보 → 70세 취업기회확보’로 이어지는 계속근로 로드맵을 1998년부터 2025년까지 약 3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도입했다.

오 팀장은 “초기에는 재고용 제도 도입 기업에 혜택을 주는 유인체계를 통해 자율적으로 제도의 확산을 유도한 후 점진적으로 기업에 재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65세까지 계속근로가 가능할 경우 향후 10년간 성장률을 0.9~1.4%포인트, 연 0.1%포인트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인구감소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면 정년 퇴직 이후 국민연금 수급 개시 전 소득 공백 기간(60~64세) 동안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에 종사할 때보다 월 소득이 179만원 증가하고, 65세 이후 연금 수령액도 월 14만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노인빈곤율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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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보고서는 올해 한은에서 내는 첫 구조개혁 보고서로 김대일 서울대 교수도 참여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싱크탱크로서 한은의 역할과 통화정책 효과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은은 구조개혁 문제에 대한 분석과 제언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엔 △외국인 돌봄 노동자 도입 △농산물 수입개방 △대입 지역별 비례선발제 △한국형 뉴리츠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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