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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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8일 헌법재판관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 재판관 임명 문제로 적잖은 갈등을 겪었던 만큼 정원인 9인 체제를 완성해 헌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헌재 내부 지형 변화에 따른 정치 편향성 논란이 거세지면서 향후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와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임명안을 각각 재가했다. 한 권한대행은 또 오는 4월 18일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은 가장 깊이 고민한 현안 중 하나였다”며 “오늘 내린 결정은 그동안 제가 여야는 물론 법률가, 언론인, 사회원로 등 수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숙고한 결과”라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재 탄핵심판이 진행될 당시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마은혁 후보자 임명 지연에 따른 정치권 갈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이 헌재 공백 최소화를 위해 이완규·함상훈 헌재 재판관을 지명했지만 이에 따른 정치적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한 권한대행이 헌재 재판관으로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변호인을 지냈던 대표적 친윤계 인사로 꼽힌다. 또한 12·3 비상계엄 이튿날 안가 회동에 참석한 4인방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또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야권에서 대권 잠룡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전력이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던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 교체되면 헌재 재판관 구도가 진보에서 보수 성향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결정을 두고 야권에서는 ‘위헌적 권한 남용’이라며 한 권한대행에 대한 재탄핵 카드와 헌재 권한쟁의 심판·효력정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 검토에도 착수했다.

윤종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 이후 기자들과 만나 헌재 재판관 2명 지명 건과 관련해 “한 권한대행이 스스로 탄핵을 유도하고, 헌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며 “논란이 많은 인사를 임면하는 것 자체에 대해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당내 의견이 통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우 의원은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명을 직접 지명한 것은 국민주권 원리를 훼손하는 전례 없는 월권행위”라며 “헌법재판관 임명은 원천 무효이며 그 절차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마 후보자 임명 건에 대해선 부정하면서도, 2명 후보자 지명에 대해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권한대행이 4월 18일 공석이 되는 헌재 재판관을 지명한 것은 용단을 내린 결정으로 평가한다”며 “민주당이 이 부분을 정치적으로 공격할 경우에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