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과 시 미국 가격 인상 전망
"한국 등 세계적으로 6% 오를 수도"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에 있는 한 애플스토어에서 쇼핑객들이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평일 저녁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제품 구매를 위해 매장을 찾았다. 에머리빌=이서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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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인 7일 오후 6시(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의 한 애플스토어. 쇼핑객 30여 명이 아이폰 등 제품을 살펴보는 중이었다. 한 직원은 "원래 월요일은 여유로운데 오늘은 사람이 많은 편"이라며 "주말에도 바빴다고 한다"고 말했다.
인근 도시 버클리에 사는 잭 스틸(37)은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이 매장에 들렀다고 했다. 최근 출시된 아이폰16 시리즈 보급형 제품 아이폰16e 구매를 위해서다. 그는 "친구들이 아이폰 가격이 인상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라며 "구입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금(599달러)보다 오르면 지나치게 비싸지는 것 같아서 (사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제품 설명을 하던 직원은 "일부가 가격이 인상되느냐는 질문을 하는데, 아직 통보 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지금 사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에 있는 한 애플스토어에서 인근 도시 주민 잭 스틸이 직원에게 아이폰16e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그는 아이폰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이날 이 제품을 구입했다. 에머리빌=이서희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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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새 관세 정책으로 애플 주가가 급락했지만, 단기적으로는 (애플에) 예상치 못한 이익이 발생했다"며 "아이폰 가격 인상 우려에 고객들이 매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5, 6일 미국 전역의 애플스토어는 이른바 '패닉 바잉'(불안감에 의한 사재기)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 직원은 "마치 연말 쇼핑 대목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지난 주말 이틀간 판매 성적은 다른 해 같은 시기보다 좋았다.
사재기 현상이 발생한 것은 미국 정부가 예고한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가 9일 시행되면 아이폰의 미국 소비자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은 전체 물량의 90% 정도가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9일부터는 중국산 제품을 미국에 들여올 때 54%의 관세를 내야 한다. 이를 가격에 다 반영할 수는 없더라도 어느 정도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스위스 은행 UBS 애널리스트들은 아이폰 최고가 제품인 아이폰16 프로맥스의 미국 내 가격이 최대 350달러(약 51만 원) 인상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이 제품의 미국 가격은 1,199달러부터 시작하므로 약 30% 인상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 로젠블래트 증권 역시 미국 아이폰 가격이 30~40%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7일 미국 뉴욕 5번가의 애플스토어에서 쇼핑객들이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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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관세 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애플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애플 주가는 이날 3.67% 하락 마감했다. 이날까지 사흘 동안만 19%나 떨어졌다. "닷컴 버블 붕괴 후 최악의 3거래일 하락세"라고 블룸버그는 평했다. 이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인 애플의 시가총액도 사흘간 6,380억 달러(약 938조6,890억 원)가 증발했다. 삼성전자 시총(약 315조 원)의 3배 가까운 가치를 단 3일 만에 잃은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애플이 관세를 덜 물기 위해 아이폰 인도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산 제품에는 중국보다 낮은 26%의 관세가 부과된다. 다만 애플이 인도에서 생산된 아이폰 전량을 미국으로 들여온다 하더라도 올해 미국 아이폰 수요의 절반 정도밖에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WSJ는 짚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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