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대표와 7일 크렘린에서 회담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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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후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원유 수출로 전쟁 비용을 마련해온 러시아가 “필요한 모든 조처를 마련 중”이라며 다급함을 표했다. 유가 하락이 러시아의 전쟁 여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7일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일일 브리핑에서 유가 하락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국제 경제의 현재 극심한 혼란과 긴장감을 매우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그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경제적 긴장과 비관적 시장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지난 2일 미 행정부의 상호관세안 발표 후 국제 유가는 일제히 하락 중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다. 지난달 주요 산유국 연대체인 오펙플러스가 내달부터 예정대로 기존 감산 프로그램을 점진적 해제하겠다고 발표를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유가의 지표로 쓰이는 브렌트유 선물은 4일 동안 15% 급락해 배럴당 63.97달러를 기록 중이다. 러시아산 우랄 원유도 배럴당 약 53달러로 하락해 러시아가 올해 예산 기준으로 삼은 평균 우랄유 가격인 배럴당 69.7달러에 한참 못 미쳤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유가 하락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수천억 달러를 쓰고 있는 러시아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다”며 “광활한 유전을 보유한 러시아에 유가 하락은 주요 리스크로 작용해왔다”고 전했다.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연방 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예산 조달의 핵심을 차지한다. 러시아는 올해 국방비 지출을 냉전 이후 최고 수준인 25% 인상했고 이 자금을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에서 조달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낮은 원유 가격이 수년째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은행은 지난 2일 “글로벌 수요 성장 둔화와 루블화 강세로 인한 유가 하락으로 올해 러시아의 적자 제로 계획을 실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유가 하락이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미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명확지 않다. 이날 크렘린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여전히 우크라이나 휴전을 지지하지만, 러시아가 트럼프 행정부에 제기한 휴전안에 대한 질문을 미국으로부터 아직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은) 모든 질문에 답해야 한다. 질문들이 공중에 떠돌고 있으며 지금까지 아무도 이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휴전을 주장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월부터 러시아와 휴전 회담을 진행해왔지만 현재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푸틴 대통령에 대해 “매우 화가 났다”며 러시아의 휴전 협상 태도에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러시아산 원유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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