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7일 상공회의소 2층 행사장에서 열린 ‘2025년 제1회 부산진구·부산상공회의소 JOB 매칭데이’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직신청서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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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률적인 정년연장은 고령층 고용을 늘리지만 청년 노동자 채용을 감소시킨다는 분석을 한국은행이 내놨다. 한은은 고령층의 계속근로를 확대하려면 일본처럼 임금조정을 동반한 ‘퇴직후 재고용’ 방식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노동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정년연장 논의에 사실상 반대하는 주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은은 8일 발표한 ‘초고령 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서 지난 2016년 정년연장(58살→60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6년 임금체계 조정 없이 시행된 정년연장은 고령층 고용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었으나 그 혜택이 유노조·대기업 일자리에 집중되고 조기퇴직 증가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한은 분석을 보면, 2016년 정년연장 이후(2016∼2024년) 고령층(55∼59살) 임금근로자 고용률은 1.8%포인트(약 8만명), 상용근로자 고용률은 2.3%포인트(약 10만명) 각각 증가했다. 임금근로자 중 정년연장 정책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인 상용직에서 고용 증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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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기간 청년층(23∼27살) 임금근로자 고용률은 6.9%포인트(약 11만명), 상용근로자 고용률은 3.3%포인트(약 4만명) 각각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고령 노동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노동자는 약 1명(0.4∼1.5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연공형 임금체계와 고용 경직성을 유지한 채 정년만 연장하면 청년고용 위축,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년연장 대안으로 ‘퇴직후 재고용’을 제시했다. 정년에 도달하면 일단 퇴직한 뒤 새로운 근로계약을 맺고 재취업하는 제도다. 한은은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을 예로 들었다. 일본은 ‘60살 정년→65살 고용 확보→70살 취업 기회 확보’로 이어지는 계속근로 로드맵을 30여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도입했다. 임금 수준은 최대 60%까지 낮춘다. 보고서는 “작년 기준 국내 기업의 8%가량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며 “임금체계만 유연하다면 기업들이 숙련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려는 유인은 충분히 크다”고 평가했다.
퇴직후 재고용 방식의 계속근로가 정착되면 고령층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유지할 수 있고 인구 감소로 인한 잠재 성장률 하락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65살까지 계속근로 비율이 50~70%로 늘어난다고 가정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0.9∼1.4%포인트(연간 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인구감소로 인한 성장률 하락(연 0.33%포인트)의 3분의1 가량을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 처지에선 정년 뒤 소득 공백 기간 동안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보다 월 소득이 평균 179만원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년연장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65살)와 정년(60살) 사이 소득 공백과 세대간 고용 갈등이 맞물린 민감한 사회 현안이다. 노동계는 근로조건 변화 없이 65살 정년연장 법제화를 주장하지만 재계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번 보고서는 한은이 비정기적으로 발표해 온 ‘구조개혁 시리즈’의 하나로, 앞서 한은은 농산물 수입 확대,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 등 논쟁적인 주장들을 제시한 바 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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