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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수)

‘회생 한 달’ 홈플러스 노동자, 점주, 협력업체, 배송노동자···모두가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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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노동자·입점업체 생존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야당 국회의원들과 마트노조 조합원 등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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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가전제품 매장에서 20여 년간 ‘쿠쿠’ 파견사원으로 근무한 A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11일에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4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홈플러스 관리자들은 A씨에게 ‘걱정하지 말라’ ‘소문에 휘둘리지 말고 예전처럼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고 했다. 주변에선 가공식품 협력업체 직원들이 시간을 줄여서 재계약을 했다거나 출근일수를 줄였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다른 홈플러스 매장에선 협력업체 직원들 일부가 권고사직을 받았단 얘기도 들렸다.

A씨는 홈플러스 관리자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곧이어 A씨에게도 기업회생절차 신청 여파는 닥쳤다. 홈플러스 측은 매장에 있는 모든 물건을 판매하지 말라고 했다. A씨는 매출이 없으니 회사에서 잘릴까 불안했다. 회사는 A씨에게 “홈플러스가 나아지면 다시 부르겠다”고 했다.

홈플러스에는 직영 노동자뿐 아니라 A씨처럼 파견직으로 일하는 협력업체 노동자, 입점업체 점주들, 배송 노동자 등 수많은 종사자들이 일한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 8일 국회에 모인 홈플러스 종사자들은 “MBK의 회생계획은 채권자 중심의 회생계획, 청산을 위한 회생계획뿐”이라며 홈플러스 종사자들을 위한 회생계획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종사자들은 이날 생존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안수용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기업회생 신청 이후 현장 노동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 이후 자금 유동성에 제약이 생겨 올해 납부해야 하는 퇴직연금 사외 적립금 1100억원을 미납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사외 퇴직연금 적립률이 83%라며 “퇴직금 지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마트노조는 “2026년에 추가로 발생할 퇴직금을 고려하면 실질 적립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반박했다.

안 지부장은 경영진이 기업회생 신청 전인 3월 1~3일까지의 임금을 조기변제 신청했다고 했다. 안 지부장은 “사장 645만원, 부사장 2명 270여만원 등 임원 23명이 받아간 사흘치 임금이 총 4000만원”이라며 “입으로는 회사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자신들의 임금은 손해보지 않겠다는 경영진의 말을 듣고 어떻게 지속가능한 회생 계획을 생각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최대영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부 사무국장은 기업회생 신청이 특수고용노동자인 배송노동자에겐 날벼락이었다고 했다. 배송노동자들은 1년 단위로 운송사와 계약을 맺는다. ‘화주 또는 운송상의 사정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 있을 정도로 계약서는 운송사와 화주인 홈플러스에 유리하게 작성된다.

최 국장은 “배송노동자들은 홈플러스에서 일하기 위해 차를 사고 도색하는 등 수천만원의 돈을 투자했다”며 “폐점·매각이 거론되는 홈플러스 점포에서 일하는 배송노동자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릴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홈플러스가 작년 온라인 매출이 1조5000억원을 돌파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했다고 홍보했으나 운송사에게 감차를 지시해 전국 점포 곳곳에서 강제 감차가 진행 중”이라며 “매출을 올려 MBK가 돈을 쓸어담고 기업회생을 위한 비용 절감이라는 미명 하에 홈플러스 온라인 사업을 정리하려는 행태”라고 했다.

홈플러스 매장에 입점한 점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병국 홈플러스 점주협의회 회장은 “기업회생 신청으로 1월 판매분의 정산금을 받지 못해 직원 인건비, 물품 자재비, 공과금, 생활비 등을 충당하지 못했다”며 “홈플러스는 국회와 언론의 압박에 못 이겨 1·2월분을 지급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홈플러스에 정산대금을 떼일까 우려한 일부 점주들이 홈플러스 결제 단말기가 아닌 개인 단말기를 이용하고 있는데, 김 회장은 홈플러스가 이들에게 3월 판매분에 대해 일시불로 현금 입금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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