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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통화폰' 알고도 놓친 검찰...김영선 폰 11대 중 4대만 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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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전 의원이 지난해 9월 첫 검찰 압수수색 직전까지 사용한 휴대전화는 최소 11대 이상이었다. 그런데 검찰은 이 중 4대만 압수하고 나머진 찾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검찰이 놓친 휴대전화 7대 중에는 김 전 의원이 김건희 여사와 통화한 휴대전화가 포함됐단 것이다.

최근 뉴스타파는 검찰이 놓친 김영선 휴대전화 3대와 체어맨 차량 등의 현재 위치를 취재 과정에서 찾아서 보도했다.(관련 기사 : 검찰이 놓친 김영선 ‘체어맨과 휴대폰’, 뉴스타파가 찾았다) 범죄 혐의 증거물을 보관 중인 김영선 전 의원의 지인 박모 씨는 뉴스타파 통화에서 이 사건과 관련한 "동영상도 갖고 있다"면서 조만간 폭로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보도 후 박 씨는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내가 갖고 있는 김영선 2대는 검찰에서 돌려준 것이고, 나머지 1대는 압수수색 이후 김영선이 빌려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쨌든 검찰은 박 씨가 보관 중인 휴대전화와 차량에 대해 현재까지 어떠한 조치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부실 압수수색 정황은 또 있었다. 검찰이 김영선 휴대전화가 더 있단 사실을 파악해놓고도, 끝까지 확보를 시도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사실은 검찰 수사기록에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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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김 전 의원 자택 앞에 주차된 체어맨(8892) 모습 (출처: 김영선 전 의원 지인 박 씨)
검찰은 지난해 11월, 김 전 의원 명의로 사용한 휴대전화 번호 3개와 기기 10대를 특정해 표로 정리해 수사보고서를 만들었다. 각각의 사용 기간과 기기명과 모델명, 유심모델명 등 항목 별로 자세하게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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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리한 김영선 휴대전화 개통 이력(2024.11.14. 작성 수사보고서 발췌)
검찰이 정리한 표에 포함되지 않은 '김영선 휴대전화'도 있었다. 검찰은 강혜경 씨 자택을 압수수색 하면서 김 전 의원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2대를 압수했다. 그런데 이 중 1대(갤럭시탭E8.0)만 표에 집어넣고, 나머지 1대(갤럭시 폴더2 LTE)는 누락했다.

김영선 폰 11대, 고비 때마다 기변 및 유심 교체
뉴스타파는 검찰이 작성한 ‘김영선 휴대전화 개통 이력’과 지금까지 취재를 종합해서, 김 전 의원이 사용한 휴대전화 리스트를 새로 만들었다.

검찰이 확보하지 못한 휴대전화 기기를 포함해서 ▲휴대전화 번호 ▲모델명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 ▲유심 일련번호를 사용 시기 별로 나눠서 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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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명의의 휴대전화 기기 11대를 시기 별로 정리한 표. 김 의원은 주요 이벤트 전후로 휴대전화 기기변경 혹은 유심 교체를 했다.
지난해 9월 30일, 검찰은 김 전 의원의 자택에서 아이폰13과 갤럭시Z플립4를 입수했다. 갤럭시탭E8과 갤럭시 폴더2 LTE는 강혜경 씨 자택에서 입수했다. 결과적으로 김영선 명의로 된 11대 휴대전화 중 4대만 확보한 것이다.

김 전 의원 본인 명의로 개통된 번호는 모두 3개였다. 김 전 의원은 2023년 5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불법 정치자금 조사가 시작된 후에는 10여 차례에 걸쳐 기기를 변경을 하거나 유심을 서로 바꿔 끼워가며 사용했다.

김 의원이 휴대전화를 교체한 시점을 보면 ▲선관위가 김영선 의원과 명태균 씨를 검찰에 수사의뢰▲22대 국회의원 선거 전후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보도가 나온 직후 등 주요 고비 때마다 의도적으로 증거를 감추거나, 수사를 방해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김영선 폰 입수하고도 “강혜경 소유”로 보고서 작성한 검찰
2023년 4월, 경남 창원의창구 선관위는 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 부정 사용 등의 혐의를 밝히기 위한 조사에 돌입했다. 김 의원은 번호A로 2014년부터 9년간 사용해온 갤럭시노트4를 돌연 갤럭시Z폴드4로 기기변경 했다. 또 번호B로 2017년 11월부터 사용한 갤럭시폴더2LTE를 갤럭시S23으로 교체했다.

검찰은 김영선의 갤럭시폴더2LTE를 강혜경 씨 자택에서 입수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휴대전화를 엉뚱하게도 “강혜경 소유 휴대전화”로 인지했고, 여기에서 8.1MB 크기의 이미지 파일 하나만 증거로 선별했다. 일반적인 뉴스 기사 썸네일 이미지 1장의 크기가 약 8MB다.

정리하면, 검찰은 공천 개입 문제가 불거진 2022년 6월 보궐선거 때 김영선이 사용한 휴대전화를 압수하고도 소유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유의미한 증거도 추출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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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김영선 의원의 휴대전화 '갤럭시폴더2 LTE'(모델명 SM-G160)을 "강혜경 소유 휴대전화", "강혜경의 SAMSUNG 스마트폰"이라고 언급했다. (출처: 검찰 수사보고서)
선관위가 검찰 수사 의뢰하자 폰 바꾼 김영선과 명태균
2024년 1월 3일, 경상남도선관위가 김영선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창원지검에 수사의뢰 했다. 이날 김 의원은 번호B로 사용한 갤럭시S23을 갤럭시A31로 바꿨다. 이틀 후인 5일에는 번호A로 사용한 갤럭시Z폴드4를 갤럭시Z플립4로 기기 변경 했다. 6일에는 두 휴대전화(갤럭시A31, 갤럭시Z폴드4)의 유심을 서로 교체해 또 다시 번호를 바꿨다.

김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명 씨가 휴대전화를 바꾸라고 해서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이라면서 "전화기가 커서 불편해서 (명 씨와) 같이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적인 증거 인멸 정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검사 : 당시 명태균도 기존 휴대전화 분실신고 및 새휴대전화 개통을 하였고... (중략) 명태균이 전화기를 바꾸라고 하였던 것인가요?

◯김영선 : 네 맞습니다. 전화기가 커서 불편해서 바꾸면서 같이 바꾼 것입니다.
- 김영선 피의자신문조서(2024.11.20.)


명 씨 또한 이 시기에 휴대전화 두 대를 사용했는데, 두 달 사용한 갤럭시S22울트라를 분실 신고하고 임시폰을 받아 사용하다, 이후 새로운 갤럭시S22울트라로 기기 변경했다.

김건희와 22대 총선 공천 논의한 김영선 폰...안 찾았나, 못 찾았나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2월 18일부터 3월 1일 사이에 김영선 의원은 번호B로 사용한 '갤럭시Z플립4'로 김건희 여사와 통화를 나눴다.

검찰은 김영선에 대한 통신 영장을 발부받아서 두 사람의 통화 기록을 확보했다. 이를 정리한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김영선과 김건희는 위 기간 10여 일 동안 통화 4번, 문자 7번을 주고받았다. 이 중 통화 4번은 모두 김건희가 김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외에도 두 사람은 수시로 통화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김영선 의원이 수시로 폰을 바꾼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은 자신들이 놓친 김영선 폰에 대한 통신 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았어야 한다. 아니면 김건희에 대한 통신 영장을 발부받아서 이들의 정확한 통화 내역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유력한 피의자 김건희를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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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확인해서 정리한 김영선과 김건희의 통신 내역 (2024.11.10. 작성된 검찰 수사보고서)
검찰도 김영선 폰 10대 알았지만, 추가 압수수색 안 했다
지난해 11월 14일, 김영선 전 의원은 자신이 법원에 제출한 ‘소명서’에서 “검찰이 내 휴대전화 3대를 압수했는데, 한 대는 1월 5일 폐기(이후 새로 만든 것), 한 대는 기기 변경 후 강혜경 씨가 보관하고 있고, 한 대는 압수수색 전에 어머니 명의로 변경했다”고 적었다.

“기기변경 후 강혜경 씨가 보관하고 있는 휴대전화”는 검찰이 강 씨 자택에서 압수하고 강혜경 폰이라고 착각한 갤럭시폴더2LTE 모델, “어머니 명의로 변경한 휴대전화”는 갤럭시Z플립4 모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또 “1월 5일 폐기”하고 새로 만든 휴대전화 중 압수된 휴대전화는 아이폰13이 유일하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20일, 김 전 의원을 조사하면서 "휴대전화 인멸을 통해 증거인멸을 하려 한 것이냐"고 물으면서 ‘김영선 휴대전화 개통 이력표’를 제시했다. 검찰 또한 이 당시에 김영선 휴대전화 10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추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김영선 전 의원이 사용한 또 다른 휴대전화 번호가 있다는 사실도 최근 파악했다. 이 번호는 현재 김 전 의원의 모친이 사용 중이었다. 가족 명의를 동원해서 차명 전화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예측되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22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김영선 전 의원은 공기업 사장 자리를 약속한 김건희 씨와 이후에도 수시로 통화를 했다. 언론에서는 명태균 '황금폰'을 이 사건의 스모킹건이라고 보도했지만, 실제로 김건희와 더욱 긴밀하게 자주 소통한 사람은 명태균이 아닌 김영선이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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