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목)

헌재 ‘9인 체제’ 갖췄지만…대행의 후임 지명에 법조계는 “월권”

0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마은혁 합류로 헌재 ‘9인 체제’ 완성…국회 선출된 지 104일만
한덕수, 문형배‧이미선 후임 2인 지명 논란…야권 강하게 반발
법조계 “새 정부 재판관 임명권 침해…대행의 월권이자 위헌”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마은혁 후보자가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면서 헌법재판소가 ‘9인 체제’를 갖췄지만, 동시에 퇴임을 앞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후임으로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지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을 지명한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헌법재판소는 마 재판관이 한 대행의 임명에 따라 9일 취임해 6년의 임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6일 국회에서 선출된 지 104일 만이다.

마 재판관이 합류하게 된 헌재는 지난해 10월 이종석·김기영·이영진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 6개월 만에 9인 체제가 됐다.

다만 한 대행은 이날 18일 퇴임하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함께 지명했다. 한 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지명한 것인데,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현재 대통령이 ‘직무정지’가 아닌 ‘궐위’ 상태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행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경찰청장 탄핵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권한대행의 적극적 인사권 행사는 논란이 되고 있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다. 앞서 2017년 3월 황교안 전 권한대행이 임명한 이선애 전 재판관은 대법원장 몫이었고 지난해 최상목 전 대행이 임명한 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은 국회 선출 몫이었다.

정치권은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임명을 두고 또다시 충돌했다.

당장 6월 4일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뒤 2명의 후임 재판관 지명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던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모든 카드를 동원해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재판에 출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 대행이 자기가 대통령이 된 거로 착각한 것 같다”며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건 아니다. 오버하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 두 명을 지명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동안 보류해 왔던 마 재판관을 임명한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 간 합의가 없는 마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하면서 반대로 “한 대행이 공석이 되는 두 명의 재판관을 지명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용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헌법재판관 지명을 통한 헌법기관 구성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대통령 궐위 상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에 부여된 고유권한을 행사하려고 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국회는 인사청문회 요청을 접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도 권한대행의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와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은 현상을 유지하는 소극적 행위이지만, 대통령 몫 재판관의 임명권까지 행사하는 것은 현상을 변경하는 적극적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소극적 권한 행사를 하겠다며 국회가 뽑은 재판관 임명마저 거부했던 한 대행이 돌연 적극적으로 후임자를 지명한 것”이라며 “권한이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권한대행은 대통령이나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정책, 권한 행사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며 “새 정부의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반 장관이나 공무원은 대통령이 해임 후 임명하면 되지만, 헌재 재판관처럼 임기가 보장된 경우에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이번 지명은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넘어서 월권이고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로스쿨 교수도 “(권한대행이) 그야말로 폭탄을 던진 것”이라며 “학설이 대립하긴 하지만 학계 주류는 권한대행이 소극적 행위만 해야 한다는 것이고, 한 대행은 위헌적인 권한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 신청을 한다고 하지만, 문 대행과 이 재판관 임기 내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 대행이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헌재가 검찰 개혁을 저지하도록 의도한 지명으로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후임 재판관 임명이 ‘소극적 행위’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더라도 짧아도 2개월, 예상하기로는 3~4개월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완규 법제처장처럼 윤 전 대통령의 사람을 지명했으니까 문제라고 할 순 있지만, 법적으로는 임기가 끝난 후임을 지명하는 거니까 권한대행으로서 소극적인 행위를 행사한 것”이라며 “공석을 비우는 것보단 적절한 듯하다”고 했다.

이 처장은 윤 전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79학번,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로 2020년 검찰총장 직무 정지 사건 당시 윤 전 대통령 측 변호를 맡았다. 지난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혀 왔다.

특히 비상계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이른바 삼청동 ‘안가 회동’ 참석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삼청동 안가 회동 뒤 돌연 휴대전화를 교체했는데, 당시 민주당은 “증거인멸 시도”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바 있다.

[이투데이/김이현 기자 (spes@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투데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