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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에서 내리고 싶어요”···트럼프 관세정책에 떠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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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업체도 “불안·혼란” 호소

치솟은 환율에 여행객들도 울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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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발표한 보편·상호관세 정책의 여파가 국내도 강타했다. 미국 증시 급락으로 ‘국장’(국내 주식시장)에서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넘어간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의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관세정책으로 직접 타격을 받을 수출회사의 직원들도 회사 매출 축소로 인해 생계 변화를 걱정하고 있다. 일본 등 해외여행을 앞둔 시민들은 외화 강세로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 믿었던 2030 개미들 “우리는 무엇으로 돈을 불려야 하나”


회사원 이모씨(31)는 8일 “주식 자체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당 15만원에 산 미국 기업 엔비디아의 주식이 올해 초 20만원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13만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도무지 주식 차트를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국내 증시가 불안정해 미국 주식을 많이 샀는데 지금은 미국 시장도 매한가지”라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돈을 불려야 하느냐”고 말했다. 회사원 신모씨(37)도 매일 밤 미국 증시 상황을 보다가 새벽에야 잠이 든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도 몇번씩 들쭉날쭉 오르고 내리는 걸 반복하는 증시 때문에 불안하다”며 “롤러코스터는 타면 신나는 놀이기구지만, 이 롤러코스터는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관세 정책 여파로 미국 주식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한 이용자는 “이제 미장도 믿을 게 못 된다”며 “그냥 퇴근해서 열심히 주말 알바를 하며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엑스의 한 이용자는 “미장이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시장처럼 됐다”고 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대영씨(27)도 “관세 정책 발표 여파로 15% 정도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국내 주식 비중을 9:1 정도로 돈을 운용했다”던 김씨는 “특히 미국 주식에서 손실이 크게 났다”고 말했다. 그는 “나보다 더 많이 잃은 사람이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면서도 “주식 말고 다른 방식으로 투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에 컨테이너로 가득찬 화물선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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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회사도, 수입회사도 혼란은 매한가지


의료수출업체에 다니는 김모씨(29)는 “하루하루 불안이 커진다”고 말했다. 회사가 베트남 공장에서 옷을 제작해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회사 매출에 타격을 입을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베트남은 트럼프 정부가 선정한 관세 부과 대상국 중 하나로, 트럼프 정부는 베트남에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매출이 떨어지면 당장 생계도 걱정이 되니 다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회사와 거래하는 미국 업체도 혼란이 크다”고 말했다. 높은 관세를 적용받아 수입하면 미 업체도 시장 내 가격경쟁력에 직접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금 당장 생산 완료한 옷은 구매자한테 배보다 에어(비행기)로 선적해서 관세 적용 전에 가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선적 비용은 더 들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관세보다는 쌀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 인테리어 업체에 다니는 A씨도 “회사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의 회사는 미국이 수출 물량의 60%가량을 차지하는데, 이번 관세정책으로 손해가 막심하다는 것이다. A씨는 “캐나다에도 공장이 있어서 관세 협상 전까지는 그 공장에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것 같은데, 기업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정부에서 빨리 관세 협상을 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강세에 일본 여행객, “맥주 한 잔, 닭꼬치 한 개라도 덜 먹어야”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여행객들의 불만도 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로 엔화 강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회사원 김모씨(28)는 “이번에는 맥주 한 잔, 닭꼬치 한 개라도 적게 먹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00엔당 850원(지난해 7월), 100엔당 930원(지난 3월)씩 하던 엔화 가격이 지금은 100엔당 1000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랜만에 연인과 함께 여행을 가게 됐는데 제대로 여행을 즐길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는 임세훈씨(35)도 “사흘 전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 미리 환전해 둔 돈으로 여행을 다녔다”며 “이번에는 (엔고로) 여행하는데 아무래도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법정 공휴일이 제일 많은데도 여행 정보를 얻으러 오는 방문자 수가 전년 대비 20% 이상 떨어졌다”며 “안 그래도 계속 축소하는 여행 업계가 관세 쇼크로 더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김태욱 기자 wo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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