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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美·中 관세 폭탄 돌리기…‘새우등’ 한국 경제 불안감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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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發) ‘관세 폭탄’에 각국이 맞대응에 나서면서 글로벌 무역 전쟁이 확전 조짐이다. 지난해부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을 역할을 해온 수출마저 둔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성장률 방어 전략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효를 하루 앞둔 8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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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중국이 34%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은 중국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34%의 관세를 부과하고, 희토류 7종의 미국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맞불 성격이다. 이미 중국에 적용한 20% 관세에 상호관세(34%)와 추가 관세(50%)까지 더하면 총 관세율은 104%에 달한다. 현실화한다면 사실상 교역을 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추가 관세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와는 즉시 관세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상징성이 있고, 무역적자 규모도 가장 큰 중국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다른 나라가 중국처럼 대응하는 걸 막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압박에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대응했다. 협상을 통한 해결보다는 양국이 강도 높은 보복 조치를 주고받는 상황에 더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따라 중국의 대미 수출은 약 60% 감소한다. 중국 전체 수출의 약 8%에 달한다. 이에 따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약 1.7~2.4%포인트 하락한다. 이는 추가 관세(50%)의 영향을 포함하지 않은 계산이다.

두 나라는 한국의 최상위 무역 상대국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중(對中) 수출이 1330억 달러로 가장 많고, 1278억 달러인 대미(對美) 수출이 그다음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세 나라의 무역 구조는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데 큰 줄기 중 하나는 미국으로 가는 중국산 완제품의 중간재를 한국이 공급하는 형태”라며 “미·중 갈등이 격화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GDP 성장률(2.0%)을 성장기여도로 쪼개 보면 내수는 0.1%포인트, 순수출(수출-수입)은 1.9%포인트다. 지난해 경제 성장의 95%는 수출 호조 덕분이었다는 의미다. 내수(소비·투자·정부지출) 비중이 수출보다 크기 때문에 성장 기여도 또한 내수가 수출보다 높은 게 보통이다. 성장 기여도 역전 현상은 통상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나 나타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9년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1.9%포인트로 추락했지만, 수출이 2.8%포인트를 기록하며 방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에도 내수 성장기여도는 마이너스(-1.2%포인트)로 떨어졌지만, 수출이 0.5%포인트를 나타냈다.

올해도 1분기까지 상황은 비슷하다. 내수 활력을 볼 수 있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2월 평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승용차 판매 정도가 늘었을 뿐 나머지 부문의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 그나마 버텼던 수출마저도 관세 충격이 현실화하는 2분기부터는 둔화가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쇠약해진 상황에 관세 충격까지 겹치면서 성장률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정부(1.8%)와 한국은행(1.5%)의 전망치에 도달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나라 밖의 시선은 더욱 차갑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8일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0.7%로 조정했다. 1.2%에서 0.9%로 낮춘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큰 폭의 미국 관세 인상을 비롯해 국내 정책 환경과 대외 악재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2월 말 평균 1.6%에서 3월 말 평균 1.4%로 한 달 만에 0.2%포인트 하락했다.

금리 인하 여력에 한계가 있는 가운데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는 그나마 써볼 수 있는 카드다. 정부가 일단 10조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확정했지만 급한 불을 끄는 수준이란 게 다수의 의견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30조원 이상의 재정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선거 이후 또 한 번의 추경 편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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