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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협치의 산물 충청연합... 대한민국 지방자치사 새로 쓸 것"[2025 중원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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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충청광역연합 초대 연합장 인터뷰 >
시장 크기 결정하는 '사고' 확장... 가장 큰 성과
"충청권, 침체 국면 대한민국 성장판 여는 역할"
중부내륙축 4개 시도 관광산업 협업 GDP 1%↑
소멸대응 역사적 사명 띤 조직... 지원·관심 필요

충청광역연합 초대 연합장을 맡은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달 26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충청연합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충청광역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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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대전과 세종, 충북, 충남 4개 시도가 의기투합해 결성한 국내 최초의 특별지방자치단체, 충청광역연합(충청연합)의 의미는 무엇보다 그 ‘실체’에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재ㆍ자본 유출 고리를 끊기 위해 일찍이 각 지자체가 메가시티, 특별지자체, 행정통합 등으로 협력을 추진해 왔지만 모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출범했기 때문이다. 초대 연합장을 맡은 김영환(69) 충북지사는 “학문과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칸막이를 허무는 일이 곧 ‘개혁’이 되는 시대임에도 지역 간, 부처 간 행정의 칸막이는 견고하게 남아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았다”며 “충청연합이 그 칸막이 제거 작업에 나선 만큼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체 국면에 빠진 대한민국의 성장판을 자극하는 ‘영양주사’를 자처하며 동분서주하는 김 연합장을 지난달 26일 충북도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충청연합 사무 개시 3개월(3월 31일)을 앞두고 있던 때다.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지난 석 달을 평가하면.
“충청연합 출범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사에 혁명과도 같은 일이다. 하지만 아직은 형체, 껍데기를 갖췄을 뿐이다. 특별지방자치단체라는 게 전에 없던 것이고, 그래서 많은 국민이 모른다. 심지어 충청권 공무원 중에서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 중에서도 광역단체 연합인 충청연합을 놓고, 기초단체인지 광역단체인지 묻는다. 평가하기엔 좀 이르지 않나 싶다. 더 지켜봐 달라.”

-지사와 연합장 역할을 동시 수행 중이다.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생각의 크기, 시야의 폭이다. 충북지사로 있을 때는 대전과 세종 충남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의 발상이나 구상을 못 했는데, 이제는 하나로 놓고 볼 수 있는 그런 사고의 틀이 생겼다. 충청권 전체를 보면서 우리의 강점은 무엇인지, 국가 성장 측면에서 우리가 맡아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생각의 크기가 시장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연합장이 구상 중인 충청연합의 미래는 무엇인가.
“국가 균형발전의 새로운 축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연결하는 전략적 입지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성장판을 다시 여는 데 충청연합이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중앙정부는 생각 못 하고 있지만,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 것 중에 실행에 옮기기만 해도 성장판이 열리고, 균형발전의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하나만 꼽으면.
“청주공항을 중부권 여객ㆍ물류 거점공항, 행정수도 관문 공항으로 키우는 것이다. 청주공항에 민간 전용 활주로를 새로 놓고 지원시설을 보강하면 수도권에 편중된 공항산업과 항공물류를 국토 중심의 청주공항으로 충분히 분산시킬 수 있다. 충청권과 중부내륙권역 발전, 국가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다.”

-인천공항이 항공 물류 99%를 차지하고 있다.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고 보나.
“충북에서 반도체가 생산되는데 항공 수출 비중이 92.6%에 달한다. 충남에서 생산되는 디스플레이는 49.3%가 영종도를 통해 수출된다. 이것만 해도 상당하다. 대전에서도 반도체와 원동기, 세종에선 기구부품이 생산되고 기구부품은 75.3%, 원동기는 13.2%가 항공물류다. 의학, 의료, 바이오헬스 등 충청권 항공물류 수요가 상당하다. 청주공항이 중부권 항공물류 거점이 되면 남쪽에서 인천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공항이 물류만으로 운영되긴 어렵다.
“여객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공항 이용객이 2023년 370만에서 지난해 458만을 기록했고, 올해는 500만 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노선도 16개에서 지난해 26개로 늘었다. 90분 이내 접근 가능한 충청권과 수도권 남부의 배후 인구가 1,400만 명이다. 현재 동북아와 동남아 중ㆍ단거리 노선을 미주, 유럽으로 확장, 다변화해달라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여름 청주국제공항 여객터미널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청주공항은 매년 이용객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며 고공비행중이다. 지난해 458만 명을 기록한 공항이용객 수는 올해 500만 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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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공항 접근 교통망이 열악하다.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청주공항과 충청권을 연결하는 도로‧철도 교통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과 세종 신도시-청주공항 연결도로가 2029년 완성된다. 충청권을 하나로 빠르게 묶을 광역급행철도(CTX)가 2034년 준공된다. 중부고속도로 남이~호법 구간도 6차선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청주공항을 중심으로 사통팔달 교통망이 구축될 것이다.”

-인천공항 대체공항 육성 주장도 펼쳤는데.
“남북한 대치 상황을 고려하면 수도권 공항의 물류ㆍ여객 처리 차질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 오물풍선 사태 때 인천ㆍ김포공항 기능이 멈추지 않았나. 지난해 5~9월 인천공항,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 133대, 승객 1만8,000명이 피해를 봤다. 북미에서 이륙한 인천공항행 항공편 다수가 청주공항에 내렸다.”

-공항 성장이 중부내륙 축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겠다.
“현재 김천에서 대전 천안으로 굽어서 서울로 가는데, 김천에서 청주공항, 수서로 이어지는 축이 생기면 경부선 이동이 30분~1시간을 단축되고 중부내륙도 발전한다. 중부내륙 관광까지 강화되면 국내총생산(GDP) 1%는 올라갈 것으로 본다.”

-중부내륙 관광 비중은 없다시피 한 상황인데.
“중부내륙 관광산업의 잠재력은 대단하지만,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성장 동력이 둔화했을 때 관광산업으로 그 공백을 채웠는데, 우리가 그것을 못할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대전 세종 충남 충북이 관광산업 육성을 따로따로 했다. 앞으로 같이하고 세종시가 추진하는 정원박람회 같은 것도 충청연합이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충청연합의 성패는 4개 시도가 얼마나 잘 협력하는가에 달렸다.
“맞다. 정부가 원팀, 팀워크를 강조해도 부처 간 협력이 안 되니 맨날 태스크포스(TF)만 만들고 있는 거 아닌가. 칸막이를 허무는 행위 자체가 개혁이 되는 시대다. 그걸 위해 출범한 충청연합인 만큼 잘될 것이다. 각 시도 기획조정실장을 중심으로 실무 공무원들이 엄청나게 소통하고, 협력하고 있다”

-대전과 충남은 따로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분위기 흐리는 것 아닌가.
“그렇게 볼 필요가 없다. 크고 작은 다양한 협력과 통합이 실핏줄처럼 어울려서 더 큰 하나의 유기체가 되는 거다. 각 지역의 특성은 살리면서도 함께 움직이기 위해 충청연합이 있는 것이고, 그 안에서도 하나로 갈 수 있는 것들은 하나가 되면 좋다. 그런 움직임에 부정적, 배타적으로 대할 필요가 없고, 소극적으로 임할 필요도 없다.”

-국내 첫 특별지자체로 출범했지만,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무가 거의 없다.
“그렇다. 광역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구축ㆍ운영이 국가에서 이관받은 유일한 사무다. 수질 환경개선, 환경영향평가 사무도 충청연합으로 와야 광역연합 하는 맛도 나고, 행정개편을 추진하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심 가질 텐데, 그런 지원이 안 되니 껍데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한가.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과 예산 지원이 필수적인데, 현재로선 그런 부분의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 충청광역연합의회 의원들은 본업 외에 추가로 충청연합의회 일을 보지만 사무실 내준 것 외 지원이 전무하다. 중앙부처는 ‘하는 것 좀 지켜본 뒤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순서가 뒤바뀌었다. 충청연합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믿고 지원해달라”

충청광역연합 초대 연합장을 맡은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달 26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충청연합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충청광역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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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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