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가 지난주 이틀간의 폭락세에서 벗어나 다소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으나 투매가 진정되며 일부 저가 매수도 이뤄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0.9% 하락했으나 S&P500지수는 0.2% 떨어지는데 그쳤고 나스닥지수는 0.1% 강보합 마감했다.
이날 오전에 소셜 미디어(SNS)에 퍼졌던 미국 정부가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할 것이라는 소식이 가짜 뉴스로 드러났으나 시장에 추가적인 충격을 가하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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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수익률 급반등,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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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후 급락했던 국채수익률이 큰 폭으로 반등했다는 점이다.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 최근 한 달 추이/그래픽=윤선정 |
CNBC에 따르면 이날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18%포인트 급등한 4.166%를 나타내며 다시 4% 위로 올라갔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국채수익률도 0.08%포인트 오른 3.753%로 마감했다.
이에 대해 나벨리에 &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루이스 나벨리에는 "폭풍이 가라앉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마도 관세가 완화될 것이라는 가짜 뉴스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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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가지수 선물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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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새벽 미국의 주가지수 선물은 1%가 넘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이 녹을 것"이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조언에 따라 7일 동맹국들과 전화통화에서 곧 여러 국가와 관세 문제에 대해 협상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폴리티코의 보도가 호재가 되고 있다.
협상을 통해 관세가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와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 반응에 신경을 썼다는 관측 모두 긍정적이다.
반면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에 똑같은 수준의 강도로 보복하고 있는데 대해선 증시에 추가적인 타격이 없는 상태다. 중국의 보복관세가 어느 정도 시장에 반영됐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처럼 보복관세를 선택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번질 경우 증시의 추가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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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조짐, 아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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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로선 S&P500지수가 지난 3일 이후 3거래일간 10% 이상 급락했음에도 자산시장에 심각한 경고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폴로 글로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록은 특히 국채와 신용등급이 낮은 고수익 채권 사이의 스프레드(수익률 격차)에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채권시장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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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달러 하락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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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미국 달러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 달러는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후 급락했다가 반등했다. 이는 주가가 급락하는 등 자산시장이 요동칠 때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리며 달러 가치가 올라갔던 과거 양상과 상반되는 것이다.
미국 달러 인덱스 최근 한달 추이/그래픽=이지혜 |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국 달러 인덱스는 지난 2일 상호관세가 발표된 뒤 1.6% 급락했다가 지난 2거래일 동안 반등했다. 이에 대해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미국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미국이 나머지 세상을 상대로 계약의 조건을 바꾸면서 (달러와 미국 자산에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올라간 것은 아닐까"라며 "미국 자산은 지속적인 수요를 갖고 있다는 근간의 기대가 이전 세대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이런 기대가) 실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그샌티 데이터의 노르드위그는 최근 유럽 자금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런 자금 흐름이 자산 배분의 더 큰 추세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미국 달러 같은 자산의 가치를 크게 움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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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수익률 움직임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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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가치와 함께 투자자들이 위기의 조짐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살펴봐야 할 변수는 미국의 국채수익률이다. 미국의 국채수익률은 지난주 상호관세 발표 후 증시 폭락 사태에서 하락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미국 국채를 매수해 가격이 올라갔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7일 국채수익률 급등은 주목된다. 물론 나벨리에 & 어소시에이츠의 나벨리에가 지적한 대로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과장돼 연준이 금리를 크게 인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에 국채 매도세가 일어났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날 증시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자 자금이 다시 증시로 이동할 수 있다는 판단에 국채 투자자들이 국채를 팔아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지난주와 같은 급격한 국채 가격 상승은 일단락됐다는 생각에 국채를 팔았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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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일 인플레 지표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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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증시가 여전히 큰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기는커녕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면 이는 심각한 국채 투매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자산의 상당 부분이 국채란 점을 감안하면 국채시장의 혼란은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는 이날 뉴욕 경제클럽에서 "인플레이션이 올라가 금리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행보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반복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오는 10일과 11일에 각각 발표되는 지난 3월 소비자 물가지수(CPI)와 생산자 물가지수(PPI)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향방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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