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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원 무기화’로 번지는 통상전쟁…비상대책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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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發) 관세가 촉발한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치킨게임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려 100% 이상의 고율 관세를 경고했다. 중국도 34%의 대미 동률 관세로 맞섰다. 여기에 희토류 수출통제, 미국 방산기업 제재 등 부가 조치도 수반됐다. 사진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을 하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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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간 관세 전쟁이 자원을 무기화하는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로 치닫고 있다. 중국이 트럼프발 54% 고율 관세 통보에 맞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는 대응 조치에 나서면서 통상전쟁 불길이 크게 번졌다. 희토류는 방위산업은 물론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기술 분야와 친환경 산업의 필수 광물 원자재다. 세계 공급망 교란이 우려된다.

미·중은 비상대화 채널조차 닫은 채, 연일 말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충돌의 길로 내달린다. 전형적인 치킨게임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8일까지 중국이 34%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은 중국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8일 “미국이 관세 부과 조치를 확대한다면 자국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압박에 굴하지 않고, 맞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강 대 강’ 공방 과정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 것이 희토류다. 중국은 앞서 4일 미국에 34%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자국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출 통제가 적용되는 품목을 중국 밖으로 수출할 때는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로선 미국만 겨냥한 통제지만, 앞날은 알 수 없다.

미국 애플, 테슬라, 록히드마틴 등이 모두 중국산 희토류의 고객이다. 희토류는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지구촌의 급소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을 좌우하는 나라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69.2%가 중국산이다. 2·3위 생산국인 미국(11.5%)과 미얀마(7.9%)의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 3배 이상 많다.

미국조차 2019∼2022년 소비한 희토류의 약 4분의 3이 중국산이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대가로 광물협정을 요구하고, 그린란드 병합을 노리는 것 또한 희토류를 확보하려는 계산을 깔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처음부터 꺼낸 것은 트럼프 관세에 대한 단순 대응 차원을 넘어서는 공세적 행보다. 미국 주도의 세계 공급망 재편을 막으려는 전략적 의도도 읽힌다.

이번 통제는 한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선이 넓어지면 유탄이 날아들지 말란 법이 없다. 우리 주력 산업인 반도체·이차전지의 핵심 부품에 활용되는 희토류는 중국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이다. 2022년 희토류·요소수 파동 때 중국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쓰디쓴 교훈을 얻어 지난해 ‘공급망 기본법’을 제정했지만, 아직 밑그림만 그리는 단계다. 가격 경쟁력 있는 근본적 대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미·중 통상 마찰이 장기화할 개연성이 있다면 우리 또한 ‘자원 무기화’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가정하고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공급망 정책을 재점검하고 수출통제 대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전 세계로 눈을 돌리는 자원 외교 강화가 필수적이다. 자원 확보는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될 국가 생존의 문제다. 이 자명한 사실을 망각하면 희토류는 오늘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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