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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광장] ‘경기침체’로 달리는 트럼프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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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이투데이

4월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터뜨렸다. 모든 국가에 10% 기본관세를 때렸고 60개국에 대해서는 추가로 상호관세를 차등 부과했다. 4월 9일 발효 예정이다. 이로써 미국의 10대 무역 흑자국 모두 20%가 넘는 관세를 물게 되었는데 중요한 것은 총 3조3000억 달러의 미국 연간 수입액의 평균관세율이 기존 5% 미만에서 25%로 치솟았다는 점이다.

이 수치는 1930년 이후 최고인데 당시 1929년부터 1934년 중 세계교역과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66%, 20%나 급감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국경이 자유무역으로 열려 있고 생산과 분업시스템이 조밀해져 이런 ‘미친 관세’의 파장은 더 클 것이다. 이 관세율이 지속될 경우 세계 GDP는 향후 3년간 30% 깎이고 물가는 4% 넘게 올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상당 기간 깊은 경기침체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무역전쟁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까?

첫째로 이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관세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빠른 협상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지금 관세 철회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관세의 목적이 관세 수입에만 있지 않기에 추후 협상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각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공장을 다 짓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협상이 진행되면 그 보상으로 실제 관세율이 낮아지고 불확실성도 줄어들 것이다.

협상 메뉴에는 미국에 대한 직접투자뿐 아니라 미국상품의 수입 확대 및 우대조치, 각종 비관세 장벽 철폐와 무역과 전혀 관련이 없는 요구사항 수용 등이 들어갈 것이다. 이 협상 테이블에 제일 먼저 달려 나갈 국가는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크고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대만, 일본, 독일 등일 것이다.

둘째로 앞으로 관세율이 낮아진다 해도 올해 경기침체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각국의 협상이 제각각 진행되다 보면 평균 관세율은 더디게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는 꺾이기 마련이고 이런 공급 인플레이션에는 금리인하의 약발 또한 잘 먹히지 않는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경제를 희생양 삼아 내년부터 미국 경기를 꽃길로 만들려고 하지만 현실 경제가 백악관 생각을 순순히 잘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기업투자와 가계의 소비심리, 공급망 혼란 등은 한번 금이 가면 쉽게 복원되지 않는 속성이 있고, 더욱이 한 번 오른 상품가격은 잘 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중국을 압박하고 자국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경제체질을 뿌리째 개조하려는 트럼프의 구상은 길게 봐서는 성공할지 몰라도 당장은 트럼프 자신의 정치적 위기까지 몰고 올 수 있다.

셋째로 관세로 인한 고통은 단기로는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클 것이다. 이는 과거와 달리 미국의 해외생산 비중이 높아져 있고 수출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GDP 대비 수입 비중은 1947년에 고작 3%였지만 2024년에는 14%로 5배 가까이 커졌다. 당장 아시아에서 수입하는 의류, 신발, 팜유 등 거의 모든 소비재 가격이 20~40%가량 뜰 것이고 중국에서 들여오는 휴대폰 가격이 40% 오를 게 뻔하다. 물론 상대국의 출혈 수출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가격 상승분이 일부 줄겠지만 세계 최대의 소비국인 미국이 감당할 물가 충격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이 최근 미국 주가가 아시아나 유럽 주가보다 더 크게 흔들리는 이유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관세전쟁의 고통은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 다만 미국과 세계는 당장 경기침체라는 위험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보복 관세도 그런 맥락이지만 일단 자존심 대결로 상대국과의 기싸움이 있을 것이고 앞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부드럽게 협상 모드로 갔다가 다시 협상의 판이 깨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주식시장은 이 모든 잠재된 어려움까지도 주가에 어느정도 반영을 해버린 것 같다. 이제 바라는 것은 경기와 기업실적이 더 이상 후퇴하지 않도록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뿐이다. 그래야 주가도 지금 정도에서 바닥을 잡을 수 있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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