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옥. 한화에어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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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3조6천억원에서 2조3천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나머지 1조3천억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소유한 한화에너지 등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메운다. 이는 지난달 한화오션 지분 거래로 한화에너지 등으로 넘어간 돈이 되돌아오는 조처다. 한화에어로가 불과 한달 만에 중요 사안을 번복하고 나선 것이다.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 규모를 3조6천억원에서 2조3천억원으로 축소한다고 8일 밝혔다. 지난달 20일 발표했던 유상증자 계획을 수정하면서 발행될 주식 수는 595만500주에서 426만7200주로 줄어들었다. 새로 발행될 주식은 우리사주조합에 20%, 기존 주주들에게 80%가 각각 배정된다. 예정발행가액은 기준주가(64만2000원)에서 15% 할인된 53만9000원으로 결정됐다.
나머지 1조3천억원은 그룹 계열사로부터 조달한다.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새로 발행하는 168만3300주를 이달 내 할인 없이 시가로 매입할 예정이다.
유상증자 계획이 바뀐 건 거센 논란 때문이다. 유상증자 발표 직전 한화에어로가 1조3천억원을 주고 한화에너지 등으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사온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다. 회사 여윳돈은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보내고, 필요한 투자금은 주주에게 손을 벌린다는 비판이 들끓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27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31일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어떤 상장 회사의 3조6천억원 유상증자 발표로 하루 만에 회사 주가가 13% 하락하며 많은 개미 투자자가 큰 손실을 봤다”며 한화의 유상증자 과정을 공개 비판하는 등 정치권까지 논란에 가세했다. 이 대표는 “이러니 ‘자본 시장을 현금 인출기로 여긴다’는 주주들의 비판에도 할 말이 없다”며 쓴 소리를 남겼다.
이에 한화에어로는 이날 긴급히 유상증자 계획 수정 설명회를 열었고, 안병철 사장(전략총괄)은 일파만파 퍼진 논란에 대해 “주주와 정부의 지지를 받지 않고 (유상증자를) 밀어붙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사과했다.
이날 발표로 한화에너지 등은 한화오션 지분을 넘기며 받은 1조3천억원을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다시 한화에어로에 돌려주게 됐다.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지분 취득 거래는 지난달 13일 이뤄졌으며, 관련 사안이 이사회에서 의결된 건 2월10일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 계획 수정은 지난 2월 한화오션 지분 인수 사안과 관련된 이사회 의결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사회의 결정 과정과 독립성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한화에어로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여지도 있다. 기존 주주의 신주 인수 권리를 제한해 지분 희석을 초래하고, 한화에너지에 신주 청약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3자 배정 증자는 통상 회사 정관에 가능 조건을 미리 정해 놓고, 법원도 ‘시급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을 때만 이를 인정하고 있다. 한화에어로 기존 주주의 입장에선 회사가 한화에너지에 대준 돈(1조3천억원)이 다시 회사로 돌아와 자신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것을 봐야 하는 셈이다. 한화에어로 주주 중엔 국민연금(지분 7.43%)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돈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쓰고, 주주에게 또 손 벌린다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자금 사용 목적 부분은 심사를 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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