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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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최대의 반미(反美) 국가 이란과 직접 핵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7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이란과 직접 협상을 진행할 것이며 12일 최고위급 회담이 열린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발표 직후 이란 외교부는 간접 협상이라고 반박하면서도 트럼프가 언급한 날짜에 오만에서 미국과 회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만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이던 2015년 7월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는 제재를 풀어주는 내용으로 이란핵합의(JCPOA)가 체결될 때 협상 장소를 제공하고 중재에도 나섰던 나라다. 트럼프는 JCPOA를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난하며 자신의 1기 임기였던 2018년 5월 일방 탈퇴하며 이란 제재를 복원시켜 미·이란 관계를 경색 국면으로 몰고 갔다. 그런데 트럼프가 이란과 직접 대화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예고대로 대화가 진행된다면 미국과 이란의 공식 회동이 10년 만에 성사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1979년 이란의 친미·친서방 왕정 붕괴 뒤 반세기 가깝게 유지돼온 미국과 이란의 적대 관계에 변화가 오게 될지 주목된다.
그래픽=백형선 |
이날 트럼프는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과 형식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으며, 대화가 성공하지 못하면 정말로 이란에는 매우 나쁜 날이 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도 날렸다. 하지만 이란을 자국에 대한 최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무력 대응을 주도해온 네타냐후 옆에서 트럼프의 발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동 정세에 적잖은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결코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공통된 목표가 있다”며 “리비아 사례처럼 외교적으로 완벽하게 (이란의) 핵 저지가 실현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했다. 리비아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시절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박으로 2003년 핵개발을 포기한 바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트럼프 발표 후 소셜미디어에 “이번 회담은 시험인 동시에 기회이다. 공은 이제 미국에 넘어갔다”고 적었다. 미국·이스라엘·이란 고위 인사가 온도 차이는 있지만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트럼프는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JCPOA가 타결되자 이란의 핵개발을 도와주는 최악의 협상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가 2018년 5월 JCPOA를 일방 탈퇴하고 풀었던 대이란 경제제재를 전면 복원하고, 이에 반발한 이란이 핵개발을 재개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2021년 1월~2025년 1월)가 이란 핵합의 복원을 목표로 유럽·중동 국가의 중재로 간접 대화에 나섰지만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고, 헤즈볼라(레바논)와 후티(예멘) 등 친이란 무장 세력까지 하마스 편에 가세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재개 움직임은 완전히 무산됐다.
반미 성향의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지난해 5월 헬기 사고로 임기 도중 사망한 뒤 보궐선거로 취임한 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서방과 대화 의지를 꾸준히 밝히고 있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12일 회동에서 미국과 이란 양측은 협상 국면을 자신 쪽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치열한 탐색전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국민 연설 등을 통해 미국을 적대시해온 하메네이의 의중이 변수로 꼽힌다. 신정(神政) 체제인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는 대통령 위의 절대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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