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처형·수류탄·확인 사실 등 잔혹 행위
"제네바협약 위반... 북한에 사과 촉구해야"
미군 극동사령부 산하 한국전쟁범죄조사단이 1951년 4월 17일 서울대병원 뒤편 영안실 인근 숲에서 촬영한 단일무덤 사진. 묘표에 '1950년 6월 28일'이라고 적혀있다. 진실화해위 제공 |
한국전쟁 초기 북한군이 서울대병원에 침입해 부상당한 한국군 장병과 민간 환자들을 무자비하게 집단 학살한 사건에 대해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진실화해위는 8일 개최한 제104차 위원회에서 '북한 인민군에 의한 서울대병원 집단 학살 사건'을 '대한민국 적대 세력에 의한 학살'로 판단하고 희생자 330여 명에 대해 진실 규명을 결정했다. 이 사건은 당시 병원 간호 보조원이던 고(故) 유월임씨의 조카 최롱(82)씨가 2022년 6월 진실 규명을 신청하면서 알려졌다. 최씨가 "저항도 못 하고 침상에서 희생된 국군 전상병과 민간 환자들의 희생을 추모하고 그날의 진실을 밝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요청하자, 위원회는 같은 해 9월 조사에 나섰다.
진실화해위는 조사 과정에서 미군 극동사령부 산하 '한국전쟁범죄조사단(Korean War Crimes Division·KWC)'의 제36호 조사결과 보고서를 비롯해 신청인과 참고인 진술, 전문가 면담, 문헌 자료 등을 두루 분석했다. KWC는 미군이 한국전쟁 당시 범죄를 조사하려고 설립한 기관으로, 해당 보고서에는 당시 서울대병원 의료진과 간호학생,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된 북한군 포로들의 진술 등이 담겼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50년 6월 28일 북한군 제4사단 소속 병력 50여 명 등이 서울대병원에 침입해 1~3층 병실 곳곳을 다니며 환자 150여 명을 다발총과 권총으로 총살했다. 인민군은 이튿날 환자 180여 명을 뒷산으로 끌고 가 공개 처형했으며 수류탄을 던지기도 했다. 목숨이 붙어 있는 환자에게 권총으로 확인 사살까지 하는 등 잔혹 행위도 저질렀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입원 환자는 1,000여 명으로 추정되고, 그중 330여 명이 희생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전쟁 중에 군인과 민간 환자 살해는 제네바 협약을 어긴 전쟁범죄"라며 "환자에게 총격과 수류탄을 사용한 행위는 국제인도법의 기본인 비례와 구별의 원칙 위반"이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경기·전남·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적대세력과 군·경에 의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17건, 인권침해 사건 11건도 진실 규명을 결정했다.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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