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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나치의 비서 겸 타자수' 99세 할머니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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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수용소 타자수로 근무…"모든 일에 죄송하다"

독일에서 나치에 부역한 혐의로 재판받은 사실상 마지막 피고인이 지난 1월 세상을 떠났다.

연합뉴스는 8일 독일 매체들을 인용해 살인 방조·미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름가르트 푸르히너가 지난 1월 9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법정 출석한 이름가르트 푸르히너.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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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히너는 1943년 6월부터 1945년 4월까지 단치히(현 폴란드 그단스크) 인근의 슈투트호프 강제수용소에서 파울 베르너 호페 사령관의 비서 겸 타자수로 일했다.

독일 검찰은 그가 나치의 조직적 집단학살을 도왔다고 봤다. 1만505건의 살인 방조와 5건의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슈투트호프 수용소에는 1939∼1945년 28개국 출신 11만명이 수감됐고 이 가운데 6만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피고인은 2022년 12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8월 연방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법원은 그가 살인용 독가스 주문과 수감자 이송 등 수용소 업무와 관련한 대부분 문건을 관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무실에서 화장시설 굴뚝도 보여 나치가 학살을 저지르는 사실을 몰랐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변호인은 당시 18∼20세였던 피고인에게 살인 방조 등의 고의가 없었고 수용소 이전에 근무한 은행에서처럼 '중립적'으로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고인은 1심 최후진술에서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죄송하다. 당시 슈투트호프에 있었던 걸 후회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라며 사죄했다.

푸르히너의 재판은 나치 부역 혐의자에 대한 사실상 마지막 형사소송이었다. 작센하우젠 강제수용소 경비병으로 일했던 100세 노인이 3322건의 살인 방조 혐의로 2023년 기소됐으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지난해 법원에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학살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나치 부역자 기소는 2011년 강제수용소 경비병 출신인 존 데먀뉴크(1920∼2012)에 대한 유죄 판결 이후 이어졌다.

존 데먀뉴크.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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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먀뉴크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소련군에 징집됐다가 독일군에 붙잡힌 뒤 강제수용소에서 일했다. 그는 재판에서 포로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며 자신도 나치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그가 도망칠 수 있었으므로 나치의 명령을 따를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100세 안팎의 단순 부역자들을 법정에 세워 단죄하는 게 과연 법적 정의에 부합하는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푸르히너에 대한 유죄 판결을 확정하면서 "복수와 보복을 위한 재판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과거를 투명하게 만들고 독일 역사에 기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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