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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목)

[윤정호의 앵커칼럼] 고양이 목에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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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장은 손이 없어. 왜 내가 물을 떠다 바쳐야 해? "이거 가져, 자!"

서울에서 전학 온 병태는 반을 지배하는 작은 권력자, 엄석대에게 맞섰다가 곧 굴복합니다. 아이들이 오히려 병태를 따돌리고, 선생마저 문제아 취급 해서입니다.

시골의 작은 반 하나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개혁을 가로막는 권력 때문입니다.

정치권의 화두로 '개헌'이 떠올랐습니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이 나라의 정치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개헌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대통령의 권력 독점과 제왕적 국회의 출현이 가져온 문제가 12.3 비상계엄으로 현실화하면서 이번 기회에 87체제를 바꿔야한다는 주장이 분출하고 있는 겁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거대 야당이 30번이나 탄핵을 남발하고, 대통령은 41번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협치가 완전히 사라진 '배척의 정치'가 파국을 맞은 만큼 변화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이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할 것을 제안합니다."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도 개헌에 적극 나섰지만, 늘 그렇듯 유력주자 앞에 가로막힙니다.

"수명을 다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 정치의 실현과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합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을 다시 한 번 제안 드립니다."

"개헌 이야기, 지금 또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은 정말 내란 종식이 먼저입니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제안도 정략적이지 않다고 보긴 힘들지만, 내란종식을 핑계로 개헌을 방관하는 것 또한 정략적입니다. 민주당 대권주자 중에서 한 명만 빼고는 다 찬성이란 점, 눈여겨 봐야합니다.

정약용은 시와 때를 놓치면 작은 것도 큰 문제가 된다는 점을 간파했습니다.

'대개 터럭 하나만큼이라도 병통 아닌 것이 없는데, 지금 고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한 뒤 그칠 것이다.'

19세기 초 정약용의 방대한 국가개혁안은 좌절됐습니다. 조선은 결국 망국의 길을 걸었습니다. 권력이 개혁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요?

4월 8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고양이 목에 방울'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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