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해 왔던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관련한 단독 보도 전해드립니다. JTBC가 복원된 전씨의 휴대전화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검찰과 경찰, 또 공공기관까지 곳곳에 자리를 부탁하는 인사청탁 이력서가 대거 쏟아졌습니다.
먼저 정해성 기자입니다.
[정해성 기자]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 전후 건진법사 전성배 씨는 공식 직함이 없었습니다.
전씨에게 각종 인사청탁이 들어왔고 그 내용은 휴대전화에 남아 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12월 말 검찰이 압수한 건진법사의 휴대전화 3대와 태블릿 PC 2대를 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정치 브로커로 추정되는 김모 씨는 2022년 6월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 명함을 보냈습니다.
도 의원에 출마할 예비 후보자 이력서도 보냈습니다.
"경선 없이 신인 발굴로 챙겨주세요"라고 부탁했습니다.
결국, 이 두 명은 당선됐고 김씨는 "고문님의 보살핌으로 당선됐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법사폰'에는 윤석열 정부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청탁하는 이력서도 남아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 인사청탁도 브로커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에서도 건진법사에 '고문료'를 지급하며 정부에 줄을 댄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건진법사는 검찰의 추궁에 "나는 운명을 점치는 일반인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정권에 가까운 사람을 만나려고 나를 고른 것 같은데 잘못 골랐다"며 "내가 힘이 있는 줄 착각해서 그런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들은 검찰은 "종교인 행세를 하는 정치 브로커 아니냐"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JTBC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누구와 주로 연락을 주고 받았는지 통화 내역도 확인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바로 김건희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입니다. 두 사람은 김 여사 관련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1시간 반, 또는 2시간 가까이 통화하는 등 자주, 또 오래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이어서 김영민 기자입니다.
[김영민 기자]
지난해 9월 25일 민주당 등이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 씨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두 번째 김건희 특검법도 국회를 통과한 상태였습니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고조되던 9월 29일 윤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가 건진법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두 사람의 통화 시간은 무려 1시간 33분 9초입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은 10월에도 이어졌습니다.
검찰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리하는 도이치모터스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특검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고 동시에 명태균 게이트 의혹에 불이 붙었습니다.
10월 하순에 이르자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고 심지어 '김 여사가 대외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도 터져 나왔습니다.
김 여사 대외 활동과 관련된 여론조사가 화제가 된 10월 24일.
최은순 씨가 건진법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날 두 사람은 1시간 48분 24초나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두 사람의 장시간 통화는 11월에도 이어졌습니다.
이번에도 최씨가 건진법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49분 29초 동안 얘기를 나눴습니다.
민주당 등이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명태균이 구속된 직후인 11월 17일엔 건진법사가 최씨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습니다.
첫 통화는 38분 36초, 두 번째 통화는 51분이었습니다.
그리고 12월 6일 두 사람은 47분 41초 동안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 그리고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하루 전날이었습니다.
검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두 사람은 9월 29일부터 12월 6일까지 두 달 동안 10차례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검찰은 2023년 12월부터 1년 동안 건진법사와 50차례 이상 연락을 주고받은 19명을 뽑아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가족 또는 측근들인데 국회의원도 1명 포함돼 있습니다.
60차례 가장 많이 연락을 주고받은 정치인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입니다.
검찰은 이 부분에 강조 표시를 하고 "두 사람이 최근까지도 가까운 사이를 이어오고 있다"는 주석을 달았습니다.
윤 의원은 JTBC에 "최근엔 계엄 등을 거치며 의견이 궁금해 전화했을 뿐 돈 거래나 인사청탁을 나눌 사이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관련해 짚어봐야 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전씨는 10년 넘게 이렇다 할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검찰이 전씨가 숨어있던 곳을 압수수색한 결과 1억 6천만원에 달하는 현금이 나온 겁니다. 검찰은 이게 청탁 대가나 정치 자금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양빈현 기자입니다.
[양빈현 기자]
건진법사 전성배 씨는 2004년 패션 관련 사업을 벌였습니다.
부도가 났고 직원들 월급도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2010년에는 인터넷 관련 회사에 투자했지만 이 역시 실패했습니다.
건진법사는 "그 이후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기도비를 받아 생활하고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강남 양재동 은신처를 압수수색 하면서 현금다발을 발견했습니다.
모두 5만 원권으로 총 1억 6500만 원에 달합니다.
검사는 이 돈이 어디에서 났는지 물었습니다.
전씨는 "기도비로 받은 현금을 법당 쌀 뒤주에 보관해 놓는다"며 3년 전 은신처로 나오면서 "윤석열 정권 끝날 때까지 쓸 생활비로 뒤주에서 현금 3억원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전씨가 윤석열 정부 내내 강남의 은신처에서 수억 원대 현금을 쓰며 생활한 겁니다.
검찰은 이 돈이 청탁 대가나 정치자금과 관련된 것 아니냐고 추궁했습니다.
이에 검진법사는 기도비로 받은 돈을 모은 것이라며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3억 원까지 기도비를 받는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법당엔 정관계, 재계 및 유명 연예인 등이 드나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건진법사 전성배 씨 관련 의혹, 취재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이자연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건진법사 전성배 씨는 '무속인'이면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검찰이 "정치브로커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해요. 대체 정체가 뭡니까?
[이자연 기자]
건진법사, 일단 불교에 적을 두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2년, 불교인인 건진은 윤석열 당시 후보 캠프에서 '상임고문'이라는 호칭으로 통했습니다.
검찰이 확보한, 당시 문자 메시지인데요.
본인 스스로도 '상임고문'이라 지칭했고요.
선거 캠프 산하 '네트워크본부' 간부들에게 지시까지 합니다.
"윤석열 유튜브 구독자 증진 운동에 동참한 사람이 30만 명을 넘었다", "100만을 위해 노력해 달라" 하죠.
이런 내용 쭉 조사한 검찰, "결국 종교인 행세 하면서 유력 인사와 친분 쌓고, 공천 인사 인허가 등에 대한 청탁 받은 이른바 정치 브로커 아니냐" 직접적으로 묻습니다.
하지만 건진법사 본인은 "전혀 아니다, 검사님이 이런 세계를 이해 못 해서 그렇지, 내가 신통력이나 예지력이 없으면 고위공직자가 나를 왜 만나겠냐" 부인합니다.
[앵커]
언제부터 이렇게 '정치 브로커'라 의심할 수 있을 만한 일을 해 온 겁니까?
[이자연 기자]
적어도 2010년부터 이런 일을 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본인도 그때부터 기도비를 받아 생활해 왔다, 말합니다.
앞서 2022년 캠프에서 '상임고문'으로 불렸다 말씀드렸는데, 사실 건진법사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고문'으로 통했습니다.
저희가 건진법사와 알고 지내, 참고인 조사 받은 전 축구선수 이천수 씨 진술 내용 어제 보도해 드렸는데요.
이천수 씨는 캠프에서 일한 것도 아닌데 이미 예전부터 건진법사를 '전 고문'이라 부르고 있고, 제가 만난 건진법사 주변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강남구 역삼동 법당이 유력 인사들이 모이는 사랑방 역할을 했던 걸로 보입니다.
이천수 씨는 검찰 조사에서 "(건진이) '옛날에 초선들은 들어오지도 못했다, 초선은 다 저 밑에 있었다'는 얘기도 했다" 말했습니다. 자랑하듯 얘기한 거죠.
그러면서 앞서 보신 것처럼, 유력 정치인, 어쩌면 대통령에게까지 닿을 수도 있다는 기대로 건진법사에게 온갖 청탁이 쏟아지게 된 겁니다.
[앵커]
검찰이 이런 내용 다 수사하고 있는 거죠?
[이자연 기자]
지난해 12월 본격 수사 시작돼서 건진 본인과 주변인들도 여러 차례 조사했습니다.
건진법사를 통해 정치권에 청탁을 넣은 것으로 의심되는 당사자들 가운데는 이미 압수수색이 들어간 곳도 있습니다.
이때 압수한 '법사폰'이 열리면서 말 그대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고 수사 범위도 광범위해졌습니다.
이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끝까지 지켜봐야겠고요. 저희도 계속 추적해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영상취재 김진광 이완근 / 영상편집 지윤정 오원석 / 영상디자인 신하경 황수비 신재훈 / 취재지원 김윤아]
정해성 기자, 김영민 기자, 양빈현 기자, 이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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