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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보이는 것만 봅시다.”
―연상호 ‘계시록’
목사 성민찬(류준열)은 성범죄자 권양래(신민재)가 자신의 아이를 유괴했다고 확신한다. 폭우가 내리는 밤, 야산에서 격투를 벌이다 굴러떨어진 권양래가 의식을 잃었을 때 아내의 전화로 아이가 무사하다는 게 밝혀지지만, 성민찬은 그 순간 저편 산에서 예수의 형상을 보게 된다. 이것이 모두 신의 계시라 믿는 그는 권양래를 절벽으로 밀어 버린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에서 성민찬이 신의 계시라 믿고 또 그렇게 보이는 것들은 실제가 아니라 일종의 증상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이를 ‘아포페니아’(서로 연결성이나 연관성이 없는 정보들 사이에서 일정한 규칙이나 패턴, 의미를 찾는 것)라고 말한다. 아포페니아 성향의 성민찬은 그래서 자신의 끔찍한 광기와 폭력을 신의 계시로 정당화한다. 그런데 이러한 엇나간 믿음은 성민찬만 가진 게 아니다. 성범죄자 권양래도, 또 권양래를 추적하는 형사 이연희(신현빈)도 각자의 믿음이 만들어낸 환영 속에 살아간다. 어려서 끔찍한 학대를 당했던 권양래는 끊임없이 괴물의 눈에 시달리고, 권양래 때문에 죽은 동생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이연희는 동생의 환영을 본다. 권양래는 비극의 원인을 괴물이라고 하고, 성민찬은 신의 계시라고 말하며, 이연희는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라 치부한다. 하지만 의사의 말대로 그건 모두 사태의 원인을 하나의 대상에서 집요하게 찾으려 하는 데서 나온 엇나간 믿음일 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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