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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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 |
요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연관성 때문에 더욱 자주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그는 공식적으로 대통령 고문에 불과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함을 과시해 한때 ‘공동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수장을 맡은 정부효율부(DOGE)는 미 연방정부뿐 아니라 미 경제에도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또 공개석상이나 소셜미디어에서 그의 행동은 갈수록 기이해지고 있다. 이에 지난달 미 인기 방송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SNL)’에서 개그맨 마이크 마이어스가 머스크처럼 차려입고 전기톱을 휘두르며 그의 엉뚱함을 조롱하기도 했다.
미국에서와는 달리 한국에서 머스크는 인기를 그다지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부자이기 때문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2025년 세계 최고 부자’에 오른 머스크는 한국에서 인간보다는 신(神)으로 여겨진다. 내가 매주 시청하는 KBS조이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도 그렇게 표현된다. 해당 프로그램 촬영 장소에는 유명인의 얼굴을 본떠 신의 형상으로 표현한 그림들이 걸려 있는데, 그중에는 ‘일론머니神’으로 형상화된 머스크의 그림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는 말이 자주 들리는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자가 숭배의 대상이 되는 것은 놀랍지 않다.
그러나 머스크를 규정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을 ‘많은 돈’으로 꼽을 수 있을까? 그는 젊을 때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기술을 익혔고, 옛날부터 우주 개척이라는 목표를 추구해 왔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전기를 비롯한 다양한 책을 통해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있지만 머스크가 거액을 벌지 않았다면 한국인들은 과연 머스크의 전기를 샀을지 의문이다.
아이작슨이 쓴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전기도 마찬가지다. 잡스는 미래 사람들의 삶에서 컴퓨터가 하게 될 역할을 잘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미적 감각도 가졌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주로 미 실리콘밸리 부유함의 상징으로 언급되고 있다. 반면 최초의 애플 컴퓨터를 혼자 만들고 잡스와 함께 애플을 창립한 스티브 워즈니악은 현재 생존해 있는 데다 잡스보다 기술적인 노하우를 훨씬 더 많이 갖고 있었지만 돈을 덜 벌어서 그에 대한 책은 서점에서 찾기 어렵다.
최근 경제 침체 속에서 버핏은 유일하게 손해를 보지 않은 큰 투자자라고 한다. 많은 돈을 단기간에 벌고 싶어 하는 이들과는 다른, 독특한 사고방식과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단순히 부유함의 대명사로만 받아들이면 오늘날의 버핏을 있게 한 그만의 가치 있는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 버핏의 인생 이야기는 전기 스포츠카와 우주로 가는 로켓을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는 머스크에 비해 심심해 보일 수는 있지만 적어도 버핏은 소셜미디어에 유치한 밈을 올리는 머스크와 달리 품위가 있다.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불닭 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 식당의 주인들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매운 닭고기 요리에 대한 열정을 지녔기 때문에 식당의 문을 열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유행이 지나가기 전 돈을 가능한 한 많이 벌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불닭이 아니더라도 유행하는 음식이라면 상관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풍자했던 1988년 장선우 감독의 영화 ‘성공시대’에서는 돈에 집착하는 주인공 김판촉(안성기)이 출근하기 전 벽에 걸린 자기 자신의 얼굴이 보이는 1만 원권 지폐에 거수경례를 한다. 김판촉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 집회에서 흥분한 나머지 나치식 경례를 해 비판받은 머스크를 존경했을 것이 분명하다.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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