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건강 지켜줄 뇌 과학의 힘
뇌, 기초대사량의 20% 에너지 써… 뇌 기능 과도한 향상엔 한계 있어
현대인 뇌 혹사하며 살고 있지만… 뇌 건강법 알고 실천하기 어려워
내 뇌 상태 측정할 수 있다면… 뇌에 좋은 습관-음식 명확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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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
《영화 ‘루시’의 내용은 매우 흥미롭다. 영화에선 인간의 평균 뇌 사용량이 10%밖에 안 되는데 24%를 쓰면 신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고, 62%에선 자신의 모든 상황을, 100%면 타인의 행동까지 제어할 수 있다고 가정해 특정 물질을 통해 뇌 사용량을 점점 높여간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 정말 우리는 우리 뇌의 10%만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뇌는 우리 기초대사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뇌가 10% 사용될 때 기초대사량의 20%를 사용하는 것이니, 뇌가 100% 사용될 경우 필요한 에너지는 기초대사량의 200%라고 계산해볼 수 있다. 여기서 뇌와 함께 작동해야 할 다른 신체기관들이 쓰는 에너지까지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뇌를 100% 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혹자는 이 결론에 다소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뇌의 기능을 10배 증가시킬 수는 없더라도 뇌의 기능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시킬 수만 있다면 성공적인 삶이 아닐까 싶다. 뇌 건강은 우리의 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에도 중요하고, 정신적 행복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뇌 건강은커녕 스트레스, 수면 부족에 더해 인터넷, 게임, 술, 담배, 카페인 등으로 뇌를 혹사시키면서 살고 있다. 뇌를 병들게 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직접적으로 수면장애나 중독과 같은 뇌 질환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많은 다른 뇌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기적인 생존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뇌 건강에 독이 되는 명령을 한다. 대표적으로 ‘빨리 에너지를 낼 수 있게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라’라는 명령이다. 우리는 단것을 먹으면 기분이 일시적으로 한결 좋아지는 것을 경험한다. 이렇듯 뇌에 독이 되는 명령을 거스르면서 건강한 식단과 수면, 운동, 생활 습관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차라리 그냥 뇌가 시키는 대로 단것을 먹으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좋게 느껴진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해 다짐으로 여기저기서 좋다고 하는 것들을 해보지만 효과도 잘 못 느끼고 반신반의하다가 뇌의 명령에 굴복해 버리고 만다. 어느덧 새해 다짐은 뒤로한 채 그냥 나를 당장 즐겁게 해주는 단것을 먹으면서 게임과 인터넷을 하거나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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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먹고, 사용하고, 행동하는 것의 효과를 직접 볼 수 있다면 어떨까? 내가 내 뇌의 상태를 직접 보고 ‘아, 내 뇌는 집중력이 저하돼 있고 수면 부족으로 상태가 좋지 않구나’라고 알게 되면 일단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생활 패턴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된다. 집중력과 수면 상태 회복을 위해 노력을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직접 뇌 상태의 변화를 보면서 무엇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실험을 통해 효과가 있는 성분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효과가 있다더라’ ‘해보니까 좋더라’처럼 주관적이거나 추측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닌, 객관적인 뇌 상태 변화에 대한 증거를 바탕으로 뇌 건강에 좋은 성분들을 골라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직접 내 뇌의 전후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측해 나에게 좋은 성분이나 생활습관이 무엇인지도 알아낼 수 있게 된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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