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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따라서 꼬마빌딩 샀다가...[김원장의 경제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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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이 늘면서 지역에 따라 임대수익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의 상점들이 임대 안내문이 붙은 채 새로운 임차인을 기다리고 있다./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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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김원장 언론인] 서울 마포구의 한 5층 꼬마빌딩. 1층에 편의점과 배달 아이스크림점 등 7개의 상점과 사무실이 들어와 있다. 공실은 2개, 월 임대료 수입은 월 1300만 원 정도다. 그런데 매물로 나온 건물가격이 110억 원이다. 공인중개사는 "시작가는 좀 비싸지만 얼마든지 협의가 가능한 가격"이라고 했다.

시중 금리는 보통 10년물 국채 가격에 연동한다. 2.7%다. 110억 원을 은행에 예금하면 연 2억 8600만 원, 매월 2천300만 원의 이자수익(세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누가 월 1300만 원의 임대소득이 나오는 이 건물을 매입할까?

공실이 늘면서 지역에 따라 임대수익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건물의 매입과 유지 비용은 급등했다. 110억 꼬마빌딩의 취득세율은 4.6%. 여기에 법무사 비용과 최대 0.9%의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합치면 매입 비용만 5억 원이 훌쩍 넘어간다. 재산세와 종부세 등 세금과 중개수수료 등 유지관리비용도 연간 수천만 원이 들어간다. 그런데 서울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이미 지난해 상반기 14%를 넘어섰다. 인천의 오피스 공실률은 20.83%다.(한국부동산원 2024년 4분기)

꼬마빌딩 투자는 10여년 전 유명 연예인들이 큰 수익을 올리면서 유행처럼 번졌다(보통 건물 연면적 3300㎡ 이하 건물을 꼬마빌딩이라고 부른다). 코로나 무렵 금리가 1%대까지 떨어지자 꼬마빌딩 투자에 봇물이 터졌다. 50% 이상 대출이 묶인 아파트보다 자금 조달이 훨씬 쉬웠다. 80%까지 대출을 안고 투자하는 법인도 많았다. ‘서울 부동산 오늘이 제일 싸다’라는 경제신문 기사가 나올 무렵이다.

하지만 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수익률보다 금융비용이 더 높은 꼬마빌딩이 크게 늘었다. 서울의 낙후된 상권에서는 매물이 쏟아진다. 상가 공급도 넘치면서 예쁜 신축 건물에만 세입자들의 수요가 이어진다. 노후건물은 재건축도 어렵다. 건축비가 거의 2배로 올랐다. 매물이 더 늘어난다. 2023년부터 결국 가격 오름세가 꺾였다.

그해 서울의 중소형빌딩 거래총액은 6조 3천억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6.3%가 급감했다(KB부동산통계). 경매 매물도 계속 늘어난다. 지난 1월 기준 상업용 부동산의 매각가율은 감정가의 54%까지 떨어졌다(리치고). 가수 수지가 37억 원에 매입한 꼬마빌딩은 시세가 80억까지 올랐다고 한다. 수지가 수지맞을 수 있었던 이유는 9년 전에 구입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수요가 크게 줄었다. 작은 반찬거리에서 수천만 원짜리 중고차까지 다들 모바일 거래로 사고판다. 그런데도 근린상가를 지을 수 있는 골목마다 상가 공급이 멈추지 않는다. 홍대앞 거리만 봐도 공실이 넘치는데 골목마다 새 건물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수요가 따라 늘어야 임대료가 유지되고 꼬마빌딩 가격이 유지된다. 그럴수 있을까.

유명 가수에서 프리미어리그 축구선수, 전직 대통령까지 한국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건물주’다. 국민 모두의 인생 목표가 건물주인 나라. 그만큼 건물주가 주는 지대효과가 컸다는 뜻이다. 이 효과는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시장경제에서 모두가 달려들어 한 제품을 계속 공급하는데 언제까지 가격이 오를 수 있을까.

흔히 꼬마빌딩을 ‘수익형’ 부동산이라고 한다. ‘수익형’ 부동산은 돈을 벌기 위한 부동산이다. 그런데 성장이 멈춘 시장에서 누군가 돈을 번다면 누군가는 돈을 잃어야 한다. 올해 우리 성장률은 1% 초반이 될 것 같다. 1월에만 자영업 점포가 20만 개 줄었다. 누군가의 ‘수익형’ 부동산은 누군가의 ‘손실형’ 부동산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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