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논란 이어지자 3주만에 발표
그래픽=김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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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방산 부문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유상증자 규모를 원래 계획했던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인다고 8일 밝혔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이 한화 계열사로 흘러가 결국 경영권 승계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자본시장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또 유상증자를 하면 일반적으로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들이 가진 주식 가치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는데, 이렇게 유상증자로 생길 주주들 불만을 달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계획했던 유상증자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한화그룹은 김승연 한화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의 현금 1조3000억원을 한화에어로에 넘기기로 했다. 한화에어로가 따로 추진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약 4%를 사기로 한 것이다.
특히 한화에너지가 주기로 한 1조3000억원은 원래 한화에어로 돈이었다. 지난 3월 13일 한화에어로가 한화에너지가 갖고 있던 한화오션 지분을 가져오며 준 것이다. 새 유상증자 방안이 실행되면 이 돈은 약 한 달 만에 한화에어로로 돌아가게 된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한화그룹은 이 1조3000억원이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배하는 한화에너지에 있는 한 ‘승계 자금’이라는 의심이 끊이지 않으리라 보고 한화에어로에 돌려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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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되돌아온 1조3000억원
하지만 불과 1주일 뒤 한화에어로가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자 투자자들의 비판이 쇄도했다.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에는 1조원 넘게 현금을 줘놓고, 이제 와서 미래 투자 자금이 필요하다며 주주들 피해가 생길 수 있는 걸 묵살하고 유상증자를 한다”는 것이다. 또 당장 급하지 않은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하는 데 갖고 있던 현금 대부분을 써놓고 직후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가 명쾌하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특히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보유한 탓에 “한화오션 지분 대금 1조3000억원이 중장기적으로 배당 등의 형식으로 세 아들에게 갈 것”이란 비판도 더해졌다.
◇“유상증자 추진 과정 부족한 부분 많았다”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 자금을 김동관 부회장 등의 증여세용으로 배당할 계획도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같은 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소셜미디어에 한화를 사실상 직접 거론하며 비판하는 등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이 대표는 “유상증자로 낮아진 주가 덕에 증여세를 아낄 가능성이 높다”면서 상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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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한화에어로
새 유상증자 방안은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과하고 금융감독원 승인을 받으면 이달 중 실행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는 8일 언론 대상 설명회에서도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사과했다.
한화에어로는 일반 주주들은 이번 유상증자 때 관련 법에 따라 계산한 시가에서 15%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게 하기로 했다. 반면 제3자 배정을 받는 한화에너지는 할인을 적용받지 않는다. 한화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보유한 회사는 일반 주주보다 비싸게 주식을 사게 해, 유상증자로 인한 일반 주주의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새로 발행한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존 주주에게 새로운 주식을 살 권리를 우선적으로 주는 ‘주주 배정 유상증자’, 회사가 특정한 제3자를 골라 신주를 파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이 있다. 보통 유상증자를 하면 기존 주주들은 단기적으로 손해를 본다. 전체 주식 수가 늘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지며 주식 가치가 일시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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