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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수)

[김준의 맛과 섬] [235] 신안 우이도 봄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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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간 남짓 걸었으니 배가 고팠다. 게다가 정갈한 반찬을 보고 막 지은 따뜻한 밥 냄새를 맡았으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 이게 진짜 밥상이지.” 감탄사가 터졌다. 신안군 우이도 진리에서 예리를 지나 돈목에 이르는 아름다운 ‘달뜬몰랑길’에 잊었던 허기가 밀물처럼 밀려왔다. 이미 점심시간이 한 시간 이상 지났다.

우이도 봄밥상./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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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에 올라온 반찬은 오롯이 우이도산이다. 배추김치, 갓김치, 살짝 데친 두릅과 머위순, 두릅 장아찌, 갯방풍 나물, 붕장어 조림, 민어구이, 민어전, 돌김, 부추무침, 무김치 그리고 조개탕 등 산과 바다와 텃밭에서 가져온 것이다. 오직 밥을 짓는 쌀만 뭍에서 건너왔다. 그리고 저녁은 아귀 맑은탕을, 다음 날은 파래와 김이 섞인 해조류 된장국을 끓여 냈다.

우이도 돈목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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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가 있는 곳 갯바위는 돌김과 돌미역이 좋다. 돌미역은 이르지만 김은 겨울부터 봄까지 제철이다. 이제 머지않아 농어, 민어, 붕장어, 아귀 등이 우이도 바다를 찾을 것이다. 섬길 어디나 쪽파 뿌리만큼 굵은 달래가 지천이다. 봄나물의 전령사 머위와 사위에게도 주지 않는다는 햇부추도 빠지지 않았다. 마을 구경을 나섰다가 만난 안주인이 볕 좋은 텃밭에서 쪽파를 뽑고 있었다. 저녁상에 올릴 거라며 톡 쏘는 향기 가득한 쪽파김치를 담갔다.

우이도 봄밥상./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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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앞 텃밭과 해변이 반찬통이다. 손님이 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호미를 들고 나간다. 우이도 봄날은 어딜 가도 풍성하다. 남편을 만났을 때 ‘우이도’ 산다는 말을 서울 ‘우이동’으로 알았다는 손맛 좋은 안주인은 이제 남편보다 더 우이도를 사랑한다. 그 안주인이 차려낸 밥상을 너무나 탐하는 사람이 이생진 시인이다. ‘우이도 돈목, 갔다 오면 다시 가고 싶은 곳, 다시 가도 외로움은 여전히 남아 있고, 발자국은 이미 지워지고 없는데, 그 사람이 그리운 것 있잖아요’라며 돈목을 노래했다. 선창에 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우이도에 가면 어느 민박집에서나 행복한 밥상을 받는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신안군 우이도의 풍성사구라 불리는 모래산과 모래해변./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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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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