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준비로 ‘강대강’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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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와 달리 미국의 관세 공격에 즉각 보복하며 가차 없는 대응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 다음 달인 2월부터 매달 최소 한 차례씩 중국을 겨냥한 고율 관세 공격을 가했는데, 중국은 그때마다 이틀 안에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내놓으며 ‘강대강(强對强) 대치 전선’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정부가 트럼프 1기(2017~2021년) 때인 2018년 미·중 1차 무역 전쟁이 일어났을 당시와 비교하면 훨씬 신속하고 체계적인 미국 대응 체제를 구축했고, 가능한 보복 수단을 총동원하여 미국에 대한 보복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중국 관영 매체는 전날 트럼프의 ‘50% 추가 관세 부과’ 엄포를 겨냥해 ‘6가지 보복 묘수’를 공개했다. 미국산 대두·수수 등 농산품 관세 대폭 인상, 미국산 가금육 수입 금지 등 무역 보복과 함께 트럼프가 상호 관세에 앞서 중국에 10%씩 두 차례 부과한 추가 관세의 명분으로 내세운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통제 관련 미·중 협력 중단 같은 비(非)무역 조치도 포함됐다. 아울러 미국이 흑자를 보는 대중국 ‘서비스 무역’을 제한하고, 미국 기업의 중국 내 지식재산권 사업을 조사하고 미국 영화를 수입 금지하겠다는 조치도 언급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무역 수지 적자 폭(2954억달러)이 가장 크다고 비난해 왔지만 이는 상품 무역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금융·IT(정보기술) 등을 포함한 서비스 수지는 미국이 오히려 265억달러(2023년 기준) 흑자를 보고 있다.
중국은 앞서 트럼프의 대중국 34% 추가 관세 부과 발표 이틀 뒤인 4일 모든 미국 제품에 대한 34% 보복 관세 부과와 함께 방위·항공·드론·물류 등 분야의 미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와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8일 위사오 상하이금융발전연구소 원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이러한 반격은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이며 상당한 준비와 연구가 뒷받침된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그래픽=김현국 |
지난 2월과 3월 트럼프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각각 10%씩,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을 때도 중국은 관세 발효 당일에 맞춰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중국 대두 시장의 20%를 점유하는 미국산 대두에 대한 관세를 44%로 높였다. 중국 농업과학원 소속 위중 연구원은 “대두는 과거엔 미·중 무역 전쟁의 예외 항목으로 사실상 관세가 없었지만, 수세에 몰리면 안 되는 지금 상황에선 아니다”라고 했다.
향후 중국의 추가 방어 전략은 위안화 가치 조정과 내수 진작, 국내 여론 조성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중국 금융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환율을 전략적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일 트럼프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통해 연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큰 폭으로 올리고(위안화 가치 하락) 있다. 7일 인민은행은 달러당 기준 환율을 7.19위안으로 고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중국 수출품의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일각에선 미·중 양측 모두 관세 전면전을 장기화하기 어렵기에 협상에 최대한 빨리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르면 상반기에 개최될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최대한 많은 협상 카드를 쥐고자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상호 관세
교역 상대국의 관세·비관세 무역 장벽을 조사해 상응하는 수준으로 관세를 올리거나 내리는 조치. 트럼프 정부는 2일 상호 관세 조치를 발표했는데, 실제로는 종전 원칙을 따르지 않고 단순히 미국의 무역 적자를 상대국 상품의 미국 수입 규모로 나누어 관세율을 산정했음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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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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