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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원스톱 쇼핑”… 한국 방위비·관세 패키지 협상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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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대행과 28분 통화… “상황 좋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정상 간 직접 소통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화는 28분간 이뤄졌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오른쪽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트럼프 행정부 1기때 전화 통화하는 모습./국무총리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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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8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분가량 통화했다. 12·3 비상계엄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대한(對韓) 무역 적자 문제와 관세, 조선업 협력,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거론했다. 한 대행은 “한국과 미국이 윈윈하길 희망한다”고 했다고 총리실이 전했다. 양측 통화 직후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무역 협상에서 한국·일본 같은 동맹을 우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 대행과 통화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덕수 권한대행과 훌륭한 전화 통화를 했다”며 “그들(한국)의 최고 팀은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고 상황은 좋다(looking good)”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9일부터 한국에 대해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줄일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한국과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최고 팀’은 이날 방미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보인다.

한 대행은 “무역 균형을 포함한 경제 협력 분야에서 장관급 간 건설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답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그들(한국)의 막대하고 지속 불가능한 흑자, 관세, 조선업, 대규모 미국 LNG 구매에 대한 알래스카 합작 투자, 그리고 우리가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 보호에 대한 지불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했다. ‘군사 보호’는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가리킨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 대선 직전인 작년 10월 한국 정부와 제12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 합의했는데, 이를 파기하고 한국의 부담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원스톱 쇼핑”… 한국 방위비·관세 패키지 협상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한덕수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관세와 연동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작년 대선 유세 때 한국을 ‘현금 인출기(머니 머신)’라 부르며 한국이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약 14조7000억원)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작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행정부와 타결한 2026년도 방위비 분담금 약 1조6000억원의 9배가 넘는 금액이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한국)은 내 첫 임기 때 수십억 달러의 군사적 비용 지불을 시작했지만, ‘졸린 바이든(바이든을 깎아내리는 별명)’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계약을 종료했다”며 “그건 모두에게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한국이 자신의 집권 1기 때 수십억 달러의 비용 지불을 시작했다는 언급은 사실과 다르다. 트럼프 1기 때 방위비 협상에서 증액 규모를 놓고 한미가 줄다리기를 벌이던 중 2021년 미국 정권이 교체되면서 트럼프가 요구한 대규모 증액은 관철되지 못했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어쨌든 우리 두 나라 모두에 좋은 거래가 될 가능성이 아직 살아 있다. 우리는 또한 많은 다른 나라와 거래를 진행 중이며 그들 모두는 미국과 거래하고 싶어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역과 관세 외의 다른 주제들을 제기하고 이를 협상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도 거래를 원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무역이나 관세와 관련 없는 사안도 (상호 관세 협상 과정에) 그들이 거론하도록 하고 있다. ‘원 스톱 쇼핑’은 아름답고 효율적”이라고 썼다. ‘원 스톱 쇼핑’이란 여러 사안을 관세 협상에 한꺼번에 묶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국무총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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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등 심화되는 안보 위협 속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한미 양국과 국제사회의 의지가 북한의 핵보유 의지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공조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양 정상은 앞으로도 계속 대북 정책 관련 공조를 긴밀히 해나가기로 했다고 우리 정부는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과거 인연을 바탕으로 한국을 패싱하고 직접 대북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이와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당초 한 대행과 트럼프의 통화는 상견례식으로 짧게 진행될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통화는 이날 아침 미국 측의 요청으로 성사됐는데, 글로벌 관세 전쟁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측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한 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말미엔 통역 없이 영어로 대화했다고 한다. 한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2017년 방한 당시 국회 연설을 거론하며 “당시 연설에 한국 국민들이 감동했으며, 한국 국민들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행은 미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명박 정부 때는 주미 대사를 지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실질적으로 한국에서 상대할 사람은 한 대행이라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한 대행은 이날 공개된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에 대해 “맞서지 않고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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