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경험 많아 발빠르게 움직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월 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물한 책을 들고 있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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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가 9일 시행되는 가운데, 미국이 관세 협상을 진행할 첫째 국가로 일본을 선택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트럼프와 25분간 통화한 뒤, 미·일 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합의한 것이다. 트럼프는 통화 직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결정에 관한 재검토도 명령했다. 미국으로부터 상호 관세를 24% 부과받은 일본은 이번 관세 협상에서 “일본은 미국에 최후의 친구”라는 점을 강조하며, 관세 예외나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이시바 내각은 8일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을 대미 협상단 대표로 임명하기로 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20여 년간 이시바 총리 곁을 지킨 최측근으로, 일본 정치권에선 “이시바 총리는 담배와 아카자와는 절대 못 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시바는 또 이날 모든 각료(장관)가 참여하는 종합대책본부를 설치해 관세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미국 측은 베선트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일본과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세계 60~70국이 협상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을 ‘협상 1호 국가’로 지목한 건 일본의 접근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상호 관세 발표 이후 트럼프와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7일 방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지만, 공식 관세 협상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갖는 건 일본이 처음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에 “거의 70국에서 협상 요청이 오고 있다”며 “일본이 매우 빨리 협상에 나와줬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했다. 또 “일본은 여전히 아주 긴밀한 동맹국 중 하나이며, 관세·비관세 장벽, 통화 문제, 정부 보조금 등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기대한다”며 “일본 정부의 신중한 접근 방식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
실제 중국·유럽 등 다수 국가가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며 대결하거나 흥정을 시도했을 때, 이시바는 “일본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시바는 최근 한 일본 방송에서 “온갖 선택지가 있겠지만, 일본은 (미국의) 최대 투자국이다. 미국에 투자도, 고용도 하지 않는 국가와는 다르기 때문에 싸움을 건다고 맞받아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제조업 부활과 고용을 늘리는 데 일본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곁에 마지막까지 남을 친구인 일본만은 미국 관세 대상에서 예외여야 한다’는 것이 이시바의 논리다. 이시바는 “일본은 5년 연속, 미국의 세계 최대 투자국인데 이번 관세 조치로 일본 기업의 투자 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며 “협의 상황을 보며, 가장 적절한 시기에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2019년 아베 정권 당시 트럼프 1기 정부와 맺은 ‘미·일 무역협정’은 성공한 협상으로 꼽힌다. 당시 아베 총리는 일본에서 팔리지 않는 미국 자동차 문제를 제기하는 트럼프를 상대로 미국산 농산물 관세 인하라는 양보를 통해 합의를 이끌었다. 가장 타격이 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만은 피한 것이다. 2016년 트럼프 당선 직후 가장 먼저 달려가 첫째 친구로서 신뢰를 쌓은 아베의 성과였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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