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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0대 소년까지 공군기지 촬영 “아버지가 공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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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비자로 와 軍시설 몰래 찍어

경기 수원의 공군기지 근처에서 전투기를 촬영하다 붙잡힌 중국인 고등학생이 경찰에 “아버지가 중국 공안(公安)이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인이 군사 시설 등을 무단 촬영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찰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8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중국인 고등학생 2명이 수원에 있는 공군 제10전투비행단 근처에서 F-16 전투기 등을 촬영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이들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 정지시킨 상태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수사 당국 관계자는 “전투기가 이착륙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100장 가까이 나왔다”며 “기지 내부를 찍은 사진은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공군기지에서 수백m 떨어진 논밭에서 DSLR 카메라와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망원렌즈를 쓰진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을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임의 동행해 조사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특별 휴가를 받고 한국에 왔다” “비행기 사진을 찍는 게 취미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한 명은 “아버지 직업이 공안이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지난달 18일 관광 비자로 입국한 뒤 경기 평택 오산 공군기지를 찾아가 미군의 F-35 스텔스 전투기를 촬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F-35 스텔스 전투기는 미군이 우방국에만 수출하는 전략 자산으로 중국이 경계하는 무기 중 하나다.

수사 당국은 이들의 휴대전화에서 부산행 열차를 예약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이들이 미 항공모함을 촬영하기 위해 부산행 열차 표를 끊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입국하자마자 중요 군사 시설과 미군의 전략 자산을 촬영한 점 등을 보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며 “휴대전화를 디지털 분석해 대공(對共) 혐의가 있는지 수사 중”이라고 했다. 중국 공안과 관련성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군사 전문가는 “10대 고등학생들이 어떻게 군사 시설의 위치나 미 항공모함의 입항 일정 등을 파악하고 있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인들이 국가 주요 시설을 몰래 촬영하거나 군사 정보 등을 빼내다 적발된 사례는 최근 1년 새 드러난 것만 5건이다. 작년 6월에는 중국인 유학생 3명이 부산항에 정박 중인 미 항공모함을 드론으로 촬영하다 검거됐다. 당시 항공모함은 한미일 군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입항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경계 작전 중이던 육군 간부에게 붙잡혔다. 이들이 찍은 5분짜리 동영상에는 항공모함은 물론 해군 기지 건물도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에 촬영했다”고 진술했다.

드론으로 국가정보원을 찍은 중국인도 있었다. 올 1월에는 제주국제공항을 드론으로 무단 촬영한 중국인 관광객이 적발됐다. 제주공항은 국가 중요 시설 중 가장 높은 등급인 ‘가급’ 시설이다. 지난달 29일에는 현역 군인을 매수해 한미 연합 훈련 계획 등을 수집한 중국인이 체포되기도 했다. 수사 당국은 이 중국인이 속한 조직의 총책이 중국군 소속이라는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실제로는 비슷한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적발하더라도 엄중 처벌하기 어렵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중국인은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다 보니 보통 군사 기지 및 군사 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다”며 “처벌 수위가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다”고 했다.

현행 간첩법은 ‘적국(북한)’을 위해서 한 간첩 행위만 처벌한다. 처벌 수위가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무겁다. 지난해 정치권이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내용의 간첩법 개정안에 합의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남용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수원=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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