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6월 8일 LG아트센터 서울
연극 '헤다 가블러'에 출연하는 이영애.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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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드라마'로 불린 '대장금'의 단아한 모습을 빼면 배우 이영애(54)의 필모그래피는 대체로 시대가 요구하는 전형적 여성상에서 벗어난 캐릭터로 채워져 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냉철한 여자 수사관 소피 장을 연기했고, '친절한 금자씨'에선 복수심에 불타는 이금자로 변신했다. 최근작인 드라마 '구경이' '마에스트라' 등에서도 이전에 없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영애의 32년 만의 무대 연기로 기대를 모으는 연극 '헤다 가블러' 역시 그런 선택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영애는 5월 7일~6월 8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관 25주년 기념작으로 공연되는 '헤다 가블러'의 타이틀 롤을 맡았다. 헨리크 입센의 1890년작 '헤다 가블러'의 헤다는 학문적 성취에만 관심이 있는 테스만과 결혼해 권태로운 일상 속에 자유를 갈망하며 자기 파괴적 면모를 보이는 복합적 캐릭터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색깔 나올 때 희열 느껴"
연극 '헤다 가블러'에 출연하는 이영애.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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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는 8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헤다 가블러'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헤다는 매력이 다양해 여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어 할 캐릭터"라며 "이런 독특한 역할을 통해 내가 모르는 나 자신의 새로운 색깔이 나올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화·드라마를 하며 좀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좋은 무대를 올리고 싶다는 목마름이 있었다"며 "하반기에 방영될 드라마 '운수 좋은 날' 촬영을 마치고 '조금 더 열심히 할걸' 생각하던 차에 '헤다 가블러'를 제안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대 때보다 결혼·출산·육아 경험이 자양분이 된 지금 시점이 잘 맞았다"며 "과거와 현재, 남성·여성을 떠나 현대인이 공감할 부분이 있는 인물이 헤다"라고 덧붙였다.
이영애의 연극 출연은 32년 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개관작인 김상수 극작·연출의 '짜장면'이 유일하다. 이영애는 "20대였던 당시 지하철역에서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 주고 포스터도 붙이며 재미있게 작업했던 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며 "관객과 호흡했던 그 경험이 영화·드라마 연기를 하면서도 계속 남았다"고 돌아봤다.
'헤다 가블러'와의 만남은 한양대 연극영화과 박사과정 진학으로 인연을 맺은 입센 권위자 김미혜 한양대 연극영화과 명예교수의 영향이 크다. 이영애는 "교수님과 연극을 많이 보러 다니면서 연극에 더 많이 빠지게 됐는데 입센 작품 이야기를 나누다 헤다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게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인물 감정 직접 표현한 각색본, 동시대성 살려"
배우 이영애가 8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연극 ‘헤다 가블러’ 제작발표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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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헤다 가블러'는 2005년 영국 런던에서 공연돼 올리비에상 베스트 리바이벌 연극상을 받은 영국 극작가 리처드 이어의 각색본을 토대로 한다. 관객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동시대성을 염두에 둔 선택이다. 전인철 연출가는 "19세기 노르웨이 상류 사회가 배경이지만 각 인물의 심리 상태와 욕망, 감정이 직접적으로 표현되기를 바랐다"며 "헤다뿐 아니라 남편 테스만의 고모와 헤다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테아 등 여성 캐릭터가 자기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헤다 가블러'는 극적인 전개보다 세밀한 심리 묘사가 주된 작품이지만 이번 공연은 가로 16m, 세로 10m의 거대한 세트에 영상을 활용해 스펙터클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헤다 역시 기존에 알려진 안하무인 격인 모습보다는 조금 더 새로운 면모를 끌어낼 예정이다. 전 연출가는 "이영애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을 무대 위에서 관객에게 다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영애 역시 "헤다는 하나의 색깔을 갖고 있는 인물이 아니며 정답이 없는 여자"라며 "밝은 모습이 있어야 이면에 더 어두운 모습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알던 헤다의 색깔을 바꿔 보고 싶다"고 말을 보탰다.
공연은 이영애를 비롯해 김정호(테스만), 지현준(브라크), 이승주(에일레트), 백지원(테아), 이정미(고모 ‘테스만’), 조어진(하녀 ‘베르트’) 등 전 출연진이 원캐스트로 출연한다.
연극 '헤다 가블러' 출연진. 왼쪽부터 배우 김정호, 지현준, 이영애, 백지원, 이승주. LG아트센터 서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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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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