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 삼촌 징역 4년 6개월 실형 확정
30명 등친 '모집책' 조카들 행방 묘연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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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원짜리 알바(아르바이트) 한 번 해 볼래?" 경기 의정부에 사는 유모(28)씨는 2023년 초 14년 지기 친구 A씨로부터 제안을 하나 받았다. A씨의 삼촌 B(48)씨가 운영하는 중고차 회사 차량을 대출금을 끼고 구매하면 3개월 뒤 B씨가 다시 차량을 매입한 뒤 되팔아 대출금을 상환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사례비 100만 원에 3개월 동안 차를 맘껏 탈 수 있고, 취등록세와 보험료 등 부대 비용은 다 내주겠다는 조건이었다. 유씨는 반신반의했지만 중·고등학교 동창인 A씨가 "삼촌 회사 실적이 어려워 도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호소하자 믿었다. 첫 계약은 약속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대출금 5,000만 원을 끼고 외제차를 구매한 2023년 8월 사달이 났다. A씨가 잠적해 버린 것이다.
빚을 떠안은 유씨는 차를 팔고, 부모 명의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가까스로 잔금을 치렀다. 그는 "알고 보니 동네 친구들 수십 명이 (A씨에게) 당했다"면서 "감당하기 힘들어 자살한 친구도 있다"고 토로했다.
2023년 11월 피해자들의 고소로 수사가 시작됐다. B씨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B씨는 항소했으나 기각됐고, 상고 취하로 올해 2월 형이 확정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약 50억 원의 빚을 진 상태에서 '중고차 캐피탈 대출 사기'로 38명에게 약 20억 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재판 과정에서 차량 구매를 꼬드긴 B씨 조카도 공범과 다름없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일보가 공소장 등을 확인한 결과 B씨 범행은 2023년 3~8월 집중적으로 이뤄졌는데 피해자 38명 중 30명이 B씨의 두 조카인 A씨와 C(27)씨를 통해 중고차를 샀다. 두 조카는 삼촌으로부터 '건당 50만 원'의 수고비를 받고 "공짜로 외제차를 탈 수 있는 기회" "100만 원짜리 알바 한 자리 남았다"며 친구와 지인 등을 꾀어냈다.
수천만 원 빚더미에 앉게 된 피해자 대다수는 20대 사회초년생이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이모(29)씨는 비싼 외제 차량을 구매하느라 빌린 대출금 약 3,200만 원과 이자 30만 원을 3년 내내 갚아야 한다. 자금이 부족해 운영하던 사업체는 올 1월 폐업했고,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과도 헤어졌다. 이씨 등 피해자 일부는 삼촌과 조카들이 처음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했다고 보고 범죄단체조직죄 등 혐의로 올해 2월 다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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