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외부에서 받는 혜택보다 많은 성과 내…학문발전·균형발전 기여할 수 있어야"
김정겸 충남대학교 총장이 1일 대전 대덕구 충남대 본관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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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겸 충남대학교 총장이 국립대학교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학문발전이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김 총장은 1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 본관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국립대학이면 국립대학다워야 한다.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며 “문사철(문학·사학·철학)로 대표되는 비인기 전공과 기초과학 전공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제는 안정적 재정 확보다. 지난해 12월 기준 대학정보 공시자료에 따르면, 국립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216만 원으로 수도권 국립대학법인(서울대·인천대, 4870만8000원)의 약 45%, 수도권 대학(3443만9000원)의 약 64% 수준이다. 김 총장은 “적어도 학생 교육비는 같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국가거점국립대학들은 지금도 외부에서 받는 (재정적) 혜택보다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청년층 입시·취업 수도권 쏠림, 학령인구 감소가 가팔라지면서 지방 사립대학은 물론, 국가거점국립대학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충청권은 수도권 대학 진학(1차 유출)과 대학 졸업 후 수도권 취업(2차 유출)으로 그동안 청년층의 약 40%가 수도권으로 유출됐다. 이에 ‘충청권 인구 유출 방파제’로서 충남대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충남대는 모든 모집 단위에서 모집정원의 25% 이상을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고 있으며, 다양한 장학제도를 운용 중이다. 또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생들의 진로지도·경력개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진로·취업 서비스 인프라 구축해 지난해 65.2%의 취업률(국가거점국립대학 평균 60.9%)을 달성했다.
충남대의 최대 강점은 우수한 교육역량과 환경이다. 김 총장은 “수의과 대학은 세계 50~100위에 올라있고, 세계 2% 안에 들어가는 학자에 우리 대학 교수가 48명 포함돼 있다”며 “학교 밖에는 연구 단지라는 큰 터전이 있다. 연구개발(R&D) 기능이 특화한 도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밖에 다양한 정부·공공기관과 군 관련 기관이 있다. 서울에 없는 좋은 소재가 많고, 학교는 학생들의 역량을 극대화해 그런 환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남대가 202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 간 통합도 국립대학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면서 지방소멸 등 지역위기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앞서 충남대는 한밭대와 통합을 추진했으나 실패했고, 현재는 공주대와 통합을 논의 중이다. 김 총장은 “국립대학은 학문이 없어지지 않도록 학과를 유지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며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기대하는 역할을 하는 데 지금 규모로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은 R&D가 발달해 있고, 충남은 그걸 기반으로 한 산업체가 발달해 있다”며 “두 지역과 대학의 장점을 잘 섞으면 통합으로 학교와 지역을 함께 살리는 선도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직은 통합까지 갈 길이 멀다. 김 총장은 “결국은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고, 총장 간 신뢰가 쌓여야 가능한 일”이라며 “신뢰에 초점을 두고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겸 충남대학교 총장이 1일 대전 대덕구 충남대 본관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 총장은 다음 달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김 총장은 대학 구성원들과 소통에 공을 들였다.
네 차례 진행한 ‘캠퍼스 톡톡톡’도 소통 창구 중 하나다. 김 총장은 “총장실에 다양한 채널로 구성원들이 의견이 전달되는데, 정보가 걸러져서 온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래서 직접 듣고자 했다. 처음에는 대학 통합이 화두여서 그쪽 이야기가 많았지만, 갈수록 참여자가 많아지고 의견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소재도 가벼워졌다. 교육용 모니터의 품질이 떨어진다든가, ‘타 대학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대학원 적응이 어렵다는 등 일상적 민원이 늘었다. 김 총장은 일일이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관련 부서나 대학을 통해 민원을 해결해줬다.
김 총장의 올해 계획 중 하나는 ‘K-농업’ 전파를 통한 친한파 육성이다. 현재는 농업생명과학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농업기술을 가르치고 석·박사를 육성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부여군과 공동으로 국제농업기술원을 설립해 우즈베키스탄 청년들에게 농법과 재배기술 등을 전수할 계획이다. 김 총장은 “K-농업을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농법을 적용해 재배한 농산물을 해외시장에 판매하는 것은 이것이 첫 모델일 것 같다”며 “좋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충남대 출신인 김 총장은 충남대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총장이 되고 보니 지역사회에서 충남대에 애정을 갖고 응원하는 분이 많다”며 “그런 점에서 우리 대학이 과거에 살기 위해 애썼다면, 이제는 지역사회에 베푸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취임한 뒤에도 많은 분이 평생 아끼고 모은 돈을 기부해 주신다. 충남대에 거는 기대가 있다는 뜻”이라며 “사랑받는 만큼 더 열심히 시스템을 개선하고, 역량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투데이/세종=김지영 인구정책전문 기자 (j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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