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역풍' 시총 2위로 추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애플이 8일(현지시간) 결국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내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104% 관세를 물리기로 한 게 아이폰의 85%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 제조하는 애플에 치명타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역풍의 결과를 애플만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애플은 전 거래일보다 9.04달러(4.98%) 하락한 172.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5월2일 종가 172.22달러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 초반엔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관세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190.34달러까지 올랐지만 오는 9일부터 중국에 부과하기로 했던 34% 상호관세에 50% 관세를 추가해 총 104% 관세 부과를 강행한다는 백악관 브리핑이 나오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날 주가가 0.92% 하락하는 등 최근 나흘 동안 7% 떨어졌지만 월가에선 마이크로소프트가 관세 불확실성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기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클레이즈의 팀 롱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관세를 소비자가격으로 전가하지 않은 채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주당순이익이 최대 15%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아이폰 패닉 바잉'(불안감에 의한 사재기) 조짐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스토어 직원을 인용해 "지난 주말 미국 전역의 애플 매장이 가격 인상을 걱정해 휴대폰을 미리 사두려는 고객들로 가득 찼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이폰 인도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인도에서 생산되는 아이폰 전량을 미국으로 들여온다고 해도 시장 수요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 생산물량은 올해 미국 아이폰 수요의 절반 정도밖에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인도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역수입되는 아이폰에도 상호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최대 120달러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상호관세 시행을 하루 앞두고 미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상호관세에 '스위스 치즈'가 있으면 무역적자를 없애고 상호주의를 달성한다는 전체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적으로는 면제나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나 제품에 관세 면제나 예외를 허용할 경우 스위스 치즈처럼 관세정책에 구멍이 생겨 무역적자 해소 등 애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예외나 면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애플에 대해서는 일부 제품 관세를 면제 또는 유예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며 "관세 피해 예상 업체에 세제 혜택 등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이것 역시 지금 상태에선 가능성일 뿐"이라고 말했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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