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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화웨이에 몰래 칩 공급했다”…美 10억달러 벌금 ‘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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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미국 정부가 자국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가 중국 기업에 우회적으로 공급된 정황을 포착하면서, 대만 TSMC가 수출통제 위반 혐의로 최대 10억달러 이상 벌금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사안은 화웨이가 제3의 설계사를 통해 고성능 AI 반도체를 우회 확보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외신 로이터, 더레지스터 등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Sophgo가 TSMC에 발주한 AI용 컴퓨팅 칩렛이 화웨이 하이실리콘 어센드(Ascend) 910 시리즈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거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해당 칩은 텐서 연산 등 고성능 AI 연산을 위한 부품으로, 엔비디아 A100과 유사한 FP16 기준 320TFLOPS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Sophgo는 중국의 RISC-V 기반 설계 전문 기업으로, 암호화폐 채굴기 제조사 비트메인과 연계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말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 분석 결과, 해당 칩렛이 사실상 화웨이를 위한 설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미국 상무부는 올해 1월 Sophgo를 수출통제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TSMC는 화웨이가 미국 수출통제를 회피하기 위해 제3의 설계사를 앞세운 것이라는 점에서 직접 위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반도체 생산을 위탁받은 파운드리는 설계사의 최종 고객사나 사용 목적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당국은 복잡하고 고도화된 칩 설계가 소규모 RISC-V 기반 스타트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합리적 의심이 가능했다며 수출통제 위반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현재까지 공식 제재 조치는 없으나, 미 상무부는 수출통제 위반 건에 대해 통상 ‘예비 고발장(proposed charging letter)’을 발송하고, 이에 대한 소명 절차를 부여한다. 해당 고발장에는 거래일자, 규모, 예상 벌금 등이 명시된다.

벌금은 위반 거래액의 2배까지 부과할 수 있으며, 이는 2023년 씨게이트가 화웨이에 HDD를 무단 수출한 건에서 3억달러 벌금을 부과받은 전례로 입증된다. TSMC와 Sophgo 간 거래액이 수억 달러에 이를 경우 벌금은 최대 10억달러를 상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수출통제 리스크 차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싱가포르 기반 고객사 파워AIR와의 거래도 내부 감사 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이번 사례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수출 통제 체계가 기술 경로만이 아닌 산업 구조적 회피 가능성에까지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순한 수출통제 등록만으로는 제재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으며, 설계자·제조자·최종 수요처 간의 정교한 추적 체계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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