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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때리고 협상' 美상호관세 초읽기…'원스톱 쇼핑' 맞춤형 협상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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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콕 집어 "동맹 우선 협상"…방위비 분담금 연계해 대폭 증액 요구 우려

협상 본격화로 태세 전환…각국, 타격 최소화 도모하며 한일 협상 예의주시

커지는 경기침체 공포…중국과 '104%' 무역전쟁 확전에 불확실성 확대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동맹을 가리지 않고 메가톤급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9일 상호관세 강행 수순에 돌입하는 한편으로 각국을 향해 협상의 문을 열며 '각개격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강경모드를 이어가면서도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협상의 성과를 내세워 시장과 여론을 달래고 관세정책 추진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처럼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에 우선 집중하면서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등의 여러 현안을 한꺼번에 다루는 이른바 '원스톱 쇼핑'으로 표현한 포괄협상을 제시해 주목된다. 보복관세로 대응한 중국에 대해서는 100%가 넘는 '본보기성' 관세를 동원해 강대강 대결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상호관세 발효를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상호 관세 등과 관련해 국가별로 맞춤형 협상을 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가별 상호관세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9일 0시1분(한국시간 9일 오후 1시1분) 발효될 예정이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70개 가까운 국가가 협상을 위해 미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재확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최고의 제안을 갖고 오면 들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상원 청문회에서 단기에 관세 면제는 어렵겠지만 대안을 제시하면 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2일 10% 기본관세와 국가별 상호관세가 발표된 이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고문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트럼프 핵심 참모들이 관세는 유지될 것이며 협상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기조다.

관세 발표 후 이틀새 뉴욕 시총 9천600조원이 증발하는 등 전세계 증시가 크게 휘청거리고 경기침체 우려마저 급속히 확산하면서 각국과의 협상 모드로 급격히 전환해 시장과 여론의 충격 완화를 도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출국 전 입장 밝히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영종도=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과 즉시 관세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8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2025.4.8 dwise@yna.co.kr



국가별 맞춤형 협상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부터 집중하는 모습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가장 긴밀한 동맹이자 교역 파트너 중 일본과 한국을 분명히 우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맹을 우대하는 제스처로 해석될 수 있지만 무역적자폭이 큰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양보를 얻어내 협상의 성과로 홍보하는 한편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도 일종의 기준점으로 삼으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을 방문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 등과 협의한다. 일본도 미국의 관세폭탄을 '국난'으로 규정하고 담당 장관을 지정해 본격 교섭에 나설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 어떻게든 타격을 줄이려는 각국도 한국과 일본의 협상 과정 및 결과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17일 방미해 정상회담을 한다. 46%의 관세를 맞은 베트남도 부총리를 미국에 급파했고 32% 관세로 충격을 받은 대만도 부총리 격인 부행정원장이 방미길에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원스톱 쇼핑'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전화통화에 대한 게시물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리면서 협상 테이블에 무역 및 관세와 무관한 사안도 같이 올릴 것이라면서 "'원스톱 쇼핑'은 아름답고 효율적인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조선(造船),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방위비 분담금을 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한꺼번에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군사적 보호에 대해 '대규모'라고 표현했다.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복관세로 맞대응한 중국에 대해서는 1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취임 후 부과한 20%와 상호관세 34%에 더해 보복관세에 대응한 50%를 얹어 104%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중국과의 강도 높은 무역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한편 보복관세의 선례가 다른 국가로 확산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의 성격이기도 하다. 백악관은 "중국이 협상을 위해 연락할 경우 대통령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관대할 것"이라며 협상의 문도 열어뒀다.

연합뉴스

월가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시장은 좀처럼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의 고강도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에 경기침체 공포가 한층 커지고 있다.

전날 관세 유예설 보도로 롤러코스터를 탄 뉴욕증시는 이날도 관세정책의 유지 여부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의 교차 속에 변동성 장세를 겪다가 급락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도 배럴당 60달러선 밑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지난 2021년 4월 이후 4년 만이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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