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부규정 없이 8년간 방치돼 온 종합투자계좌(IMA) 제도를 정비했다. IMA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상품임을 명확히 하면서 만기 1년 이상 상품을 70% 넘게 구성하도록 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발행어음과 IMA의 통합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100%로 제한했다. 사업자는 고유재산으로 IMA 운용 자산의 5%를 손실충당금으로 우선 적립하고, 평가 손실이 발생하면 그만큼 추가 적립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IMA 정비를 계기로 올해 3분기 중 자기자본 4조원(발행어음)·8조원(IMA) 종투사 신청을 접수할 방침이다. 또 내년부터는 종투사 지정 요건을 강화한다. 종투사 지정 시 인가에 준하는 신규 업무가 가능한 만큼 사업 계획과 본인 제재 이력 요건을 신설하고, 8조원 종투사를 지정할 땐 변경인가 수준의 대주주 요건을 도입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4월 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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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재로 10개 종투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이 담긴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만 사업 자격을 얻을 수 있는 IMA는 금융당국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며 지난 2017년 도입한 제도다. IMA 사업자는 원금 지급 의무를 지고 투자자가 맡긴 예탁금을 기업에 대출하거나 회사채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추후 운용 이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구조다.

다만 8년이 흐른 지금까지 IMA 1호 사업자는 탄생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IMA 제도의 큰 그림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운용 가이드라인은 만들지 않은 탓이다. 그사이 미흡한 정책을 수정·보완해 모험자본 공급자로서 종투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날로 커졌다. 정부가 이번에 IMA 재정비에 나선 배경이다.

금융당국은 IMA에 대해 ‘종투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상품’이란 점을 명확히 하면서 폐쇄형·추가형, 만기·성과보수 등의 상품을 자유롭게 설계하도록 했다. 단 만기가 설정된 경우 만기에만 원금을 지급한다. 투자자가 중도 해지한 때는 운용 실적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IMA가 원활한 기업금융 공급 수단이 될 수 있도록 만기 1년 이상인 상품을 70% 이상 구성하도록 했다. 또 발행어음과 마찬가지로 IMA도 운용 자산의 25%를 모험자본에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했다.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 한도 역시 발행어음과 마찬가지로 30%에서 10%로 하향 조정된다.

종투사의 IMA 운용 책임성을 제고하고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보완도 추진된다. 금융위는 현재 공모펀드에 적용되고 있는 5% 시딩(seeding) 투자 의무를 IMA에 도입하고, 주기적으로 운용 보고서를 교부하도록 했다. 신탁과 유사한 고유재산 거래와 자전거래 제한도 적용된다.

IMA상품 예시. /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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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발행어음과 IMA의 통합 한도를 자기자본의 200%+100%로 설정(발행어음은 200% 한도)하기로 했다. 그간 IMA는 한도가 없는 상품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한도를 확실히 제시한 것이다. 고상범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발행어음과 IMA 모두 종투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실충당금 제도도 함께 내실화한다. IMA 사업자는 고유재산을 통해 IMA 운용 자산의 5%를 손실충당금으로 우선 적립하고, IMA 운용 자산에 평가 손실이 발생하면 그만큼 추가 적립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손실충당금이 충분히 적립된 경우에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출 시 IMA 운용 자산은 50%만 반영해 운용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중장기(2~7년)·중수익(3~8%) IMA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는 “목표 수익률에 따라 회사채, 기업 대출, 메자닌 투자, 벤처 투자 등 다양한 기업금융·모험자본 공급에 IMA가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정부는 IMA 제도 정비를 토대로 올해 3분기 중 종투사 추가 지정을 위한 신청서 접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종투사는 3조원(기업신용공여)·4조원(발행어음)·8조원(IMA) 등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허용되는 업무가 다르다. 현재 IMA 자격을 갖춘 사업자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두 곳이다. 고상범 과장은 “이르면 연내 지정될 수 있다”며 “지정 후 1년 내 상품을 출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발행어음 자격 요건을 충족한 증권사는 키움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이다. 이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가 의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찌감치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선 삼성증권도 아직 발행어음 사업을 하고 있지 않아 하반기에 신청서를 낼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이후부터는 종투사 지정 요건을 강화하고, 단계적 지정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핵심적인 요건인 자기자본은 연말 결산 기준으로 연속 2기간 충족해야 한다. 또 종투사에 지정되면 인가에 준하는 신규 업무가 가능해지는 만큼 사업 계획과 본인 제재 이력(사회적 신용) 요건을 신설하고, 8조원 종투사(IMA) 지정 시에는 변경인가 수준의 대주주 요건을 도입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종투사가 기업금융 기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3조원→4조원(발행어음)→8조원(IMA) 단계마다 2년 이상 영위하고, 이 기간을 채운 종투사에 한해 다음 단계 지정 자격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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