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 파장
합의·관행 건너뛴 권한 행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8일 헌법재판관 인사 세 건을 동시에 깜짝 발표했다. 마은혁 재판관에 대한 임명은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동시에 이완규·함상규 두 명의 후보자도 지명했다. '대통령 몫'의 재판관을 '권한대행'이 임명한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지명하지 말라는 법 규정은 없다. 그러나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 성격의 소극적 권한만 행사해 온 것이 관행이었고 우리 사회의 묵시적 합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을 때 황교안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한 적은 있으나 대법원장 추천 케이스였다. 대법원장 몫 재판관을 소극적으로 임명만 했다.
그런데 한 대행은 그 합의와 관행을 건너뛰고 재판관을 지명했다. 국민의힘과 사실상 의논했다는 말까지 들린다. 위헌·위법적 국무위원 탄핵을 남발한다고 한 대행 등이 그토록 비판하던 민주당과 무엇이 다른가. 더구나 적극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는 권한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하면 안 된다는 것이 다수 헌법학자의 해석이다. 정치적 중립성과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헌재는 지난달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의결 정족수를 다룬 권한쟁의 심판에서 권한대행은 대통령으로 보지 않고, 원래 직위로 본다고 판단했다. 대통령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대행이 행사하는 것은 삼가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렇기에 한 대행은 헌재의 해석을 거스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 대행은 헌재가 전원일치로 "마은혁 후보자 임명 지연은 위헌"이라고 했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마자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끼워 넣기 하듯 두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그 이유가 정말 헌재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정파적 이해관계를 위해서인지 의문이다. 헌법재판관 지명이 정치적 손익 계산에 따라 이뤄진다면 법치주의 훼손이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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