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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한국의 전통 기와지붕문화유산의 연구와 보존에서 보이는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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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불국사 대웅전 지붕에는 수백년 전부터 20세기까지 수리하면서 교체한 다양한 기와가 덮혀있다. [필자 제공·국립문화유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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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가까이에서 본 경주 불국사 대웅전 단청의 모습. 건물 전체가 박물관 안에 전시돼야 할만큼 예술적으로 탁월하다. [필자 제공·국립문화유산연구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들의 경쟁은 면밀하게 보면 문화경쟁이다. 동아시아 초대 문명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넘치고 넘치는 역사적인 유물과 유적이 수도 없이 많다.

고래등같은 장엄한 한국의 기와지붕은 바라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고 한옥집의 바른 모습을 완성한다.

기와집은 부의 상징이자 문명사회 필수 의식주(衣食住) 중에서도 우리 생활을 안전하고 윤택하게 해주는 거주공간이고 밤에 침입자들을 막는 안전장치다.

독특한 한옥의 목조건축의 아름다움을 포장하는 기와지붕은 한국문화 고유의 곡선미를 보여준다.

한옥은 앞마당의 풀을 제거해주는 햇빛을 받은 마당이, 공기의 온도를 상승시키면서 상대적으로 차가운 뒤쪽의 공기를 잡아당기면서 집 통풍을 도와준다. “한옥집 앞마당에 잔디를 깔때, 공기 흐름이 교란된 한옥 건물은 통풍 부족으로 벽에 곰팡이들이 생기는 이유”라고 수십년간 한옥과 전통기와를 전문으로 복원·보수를 해온 김우경은 말한다.

비나 눈이 오면 전체적으로 물을 흠뻑 머금었다가 증발시키는 전통기와는 날씨변화에 따라 주변 환경을 자연조절한다.

경주 불국사 대웅전 지붕에는 손으로 빚어 만든 기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흙을 덮었던 천의 문양이 그대로 보인다. 불국사 대웅전 지붕은 다양한 시대의 기와로 덮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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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지붕은 집을 지탱하고 있는 나무기둥, 서까래, 대들보 등 집의 뼈대를 눈 과 비, 또는 혹한 기후로부터 보호한다.

태풍이 불어도 지붕이 날아가지 않는 한옥 기와지붕은 과학적이며 친환경적인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축척된 우리 문화의 필수 의식주이자 멋진 거주공간을 가능하게 한다.

눈·비가 오면 적절한 양의 습기를 빨아들였다 내뱉는 전통기와는 밑으로는 단열과 습기조절을 도와주며, 한옥 건물의 뼈대를 형성하고 있는 목재에 물이 흡수돼 목재가 부식되는 것을 지연시키고 예방한다.

기와 밑으로는 많은 양의 흙이 들어간다. 기와를 고정시켜주는 보토라는 흙을 깔고 마지막으로 기와가 덮일 때 한옥 건물은 완성된다.

전통기와는 우리 전통옹기처럼 숨을 쉰다. 여름에는 한옥에서 지붕으로 열이 빠져나가고, 겨울에는 햇빛에 노출되며 달구어진 기와지붕이 차가운 냉기를 차단해준다.

눈·비를 막고, 기와지붕 자체의 모형에서 웅장함을 만들어주는 장엄한 한옥의 기와지붕은 바라보는 사람의 눈을 호강시켜 주는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중 하나다.

불교에서는 좋고 아름다운 것으로 국토를 꾸미고, 훌륭한 공덕을 쌓아 몸을 장식하고, 향이나 꽃 따위를 부처에게 올려 장식하는 것을 ‘장엄하다’라고 표현한다.

장엄은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신계의 완성까지 다다름을 의미하기도 한다.

장엄은 우리가 쌓아가는 삶에서의 아름다움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전문가들이 경주 불국사에서 천년이 넘게 우리나라에 존재해온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동행 취재했다.

1995년 석굴암과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된 경주 토함산에 있는 경주 불국사는 751년 신라 재상이었던 김대성이 짓기 시작해 774년 완성했다.

1593년 임진왜란 때 침략했던 왜군들은 의병으로 나라를 지키고 있던 스님들이 불국사 법당 안에 숨겨 놓았던 무기를 발견하고 경주 불국사 대부분의 건물을 불태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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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어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전통기와를 포함한 문화유산이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서는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복원기술연구, 문화유산의 복원을 위한 기술, 재료의 연구 개발과 함께 문화유산 생물피해 방지를 위한 예방보존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것은 우리의 시대적인 책임과 임무이자 미래 세대의 자존감의 밑천으로 영원히 지켜야 할 우리 모두의 사회적인 자산이다.

씩씩하고 웅장하며 위엄있고 엄숙하다는 뜻을 가진 단어 ‘장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주 불국사 대웅전 건물은 국내는 물론 온 세계에서 수천 수만 명이 방문하는 살아있는 상태계의 환경이다.

대웅전 지붕에 있는 기와는 그동안 시대적으로 필요에 따라 교체가 된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자세히 보면 신라시대 기와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에 동참했던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서효원박사는 말한다.

외부 날씨와 기후에 노출돼 있는 건물은 끊임없는 관리가 필요하다.

조선시대 한옥건물과 기와지붕은 지속적으로 마당의 풀을 뽑아주고 지붕에 생기는 잡초를 제거해 주며 흐트러진 기와를 손질해 주는 관리가 있어야만 유지가 가능했다.

영어로는 이런 건물을 ‘high maintenance property’라고 하는데, 바로 그 기와지붕을 유지하는 인력과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개인으로선 매우 벅차다.

다행히 대한민국 국가에서 관리하는 문화유산 기와지붕은 20년 주기로 수리와 교체를 하는 구조로 관리 되고 있다.

한옥 같이 수백 년 된 목재 건물들은 최근 산불대란이 났을 때 불타버린 사찰처럼 날아다니는 불꽃에 취약한 환경이다.

비바람은 물론 산불이 발생했을 때 날아오는 불씨를 차단할 수 있는 보호 건물을 짓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이 건물은 법당보다 크게 해 전망대 기능을 갖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방문객들이 수백년 된 기와가 덮고 있는 법당의 지붕은 물론 재현하기 어려운 단청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그 경험이 바로 미래 관광 상품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법당을 덮고 있는 기와는 비가 새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떠나, 수십 년 수백 년 된 기와유물로 더 이상 지붕을 덮고 있는 기와가 아니고 그 자체를 예술품으로 방문객들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필자가 가까이에서 관찰한 경주 불국사 대웅전 건물은 이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법당보다 훨씬 커다란 보호 건물을 지어서 대웅전 건물 전체를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는 실내에서 보존해야 할만큼 그 건물 자체로만도 예술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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