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비상계엄 관련 현안질문’에 나온 이완규 법제처장(왼쪽)이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문화방송 유튜브 중계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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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사인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말 바꾸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윤석열 내란 사태 관련 현안질의’에 출석한 이 처장은 “저는 이 사태가 정리되고 정부가 바뀌면 그때까지 우리 법제처를 잘 지키다가 물러나서 그냥 사인으로 돌아갈 생각을 갖고 있다”며 “잘 유념해서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상계엄)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데 다 같이 힘을 합쳐야 되지 않을까 한다”며 “법제처장께서도 어떤 것이 최선의 역할인지 충분히 고민하시고 처신해 주길 바란다”고 한 말에 대한 답이었다.
이날 현안질의에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절친인데) 대통령이 탄핵되면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에 합류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처장은 “현직 법제처장이 어떻게 (변호인단 합류가) 가능하겠냐”며 “저는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 자체도 견디기 어렵고 굉장히 참담하다. 그래도 그나마 정치적인 절차에 따라서 정치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공직을 지키면서 어쨌든 간에 우리 법제처 직원들과 함께 조용히 하고 있는데…”라고 답했다.
이 처장은 12·3 비상계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4일 박성재 법무부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과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회동한 사실이 알려져 국회에서 추궁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1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나온 이 처장에게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법체처장 핸드폰 바꿨어요? 안 바꿨어요?”라고 거듭해 묻자 한참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이 처장은 마지못해 “바꿨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처장은 휴대전화를 교체한 이유에 대해선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 싫었다. 사용하기 불편한 점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교체했다”며 석연찮은 해명을 내놨다. 이 처장을 포함해 해당 회동에 참석한 이들 모두는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이 처장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가운데 마은혁 후보자를 제외한 정계선·조한창 후보자만 임명한 것을 두고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2월4일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나온 이 처장은 “(최상목)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를 요청했던 것은 정당한 권한 행사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이것을 불법이라고 판단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같은 달 27일 헌재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가 선출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건 국회 권한 침해’라며 최 권한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법에 부여된 청구인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는 판단이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이완규 법제처장이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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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이 처장 스스로 지명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처장은 국회에 출석해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 보류한 위헌 행위에 대해 옹호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며 “국회에서 정당하게 선출해 헌재가 임명보류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마 후보자의 임명은 반대하면서 본인은 권한도 없는 자의 지명을 받는다? 어처구니가 없다. 스스로를 법률 전문가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지명철회를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처장은 9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구국 차원에서 임명을 수락하지 않고 사퇴하겠다는 말을 할 용의가 있느냐”는 박지원 의원의 질문에 “(한덕수) 권한대행 결정을 존중할 따름”이라며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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