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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수)

무역적자 탓에 관세 전쟁? 트럼프의 뻔한 거짓말 [마켓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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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거짓말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마침내 관세 발표라는 대형 이벤트에서 제대로 빛을 발했다. 트럼프가 관세 정책에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붙였는지, 그의 시각과 주장이 어느 정도로 경제학 원칙과 상식, 동맹국과의 도리에서 어긋나는지는 일일이 살펴보기 힘들 정도다. 트럼프가 관세의 개념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지능의 문제인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관세 정책을 발표하며 직접 패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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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은 '팩트체킹(Fact checking)'의 해였다. 트럼프가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늘어놨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가 직접 팩트체킹 팀을 꾸려 트럼프의 발언을 확인하기 시작한 것도 이 해다.

메타는 공교롭게도 트럼프 2기 출범 8일 전 팩트체킹팀을 해산시켰다. 당선 이후에도 거짓말을 일삼던 트럼프 대통령은 팩트체킹 뉴스에 가짜뉴스라는 낙인을 찍는 것으로 대응했다. 사전을 만드는 콜린스사社는 2017년 올해의 단어로 가짜뉴스를 선정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이 미국 대통령은 팩트체킹을 무력화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공교롭게도 더 많은 거짓말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에 거짓이나 거짓으로 오해받을 만한 주장을 무려 3만573개나 늘어놨다고 정리했다.

트럼프 본인은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8월 대선 캠페인 당시 실시간 팩트체킹을 피하기 위해서 여러 대형 인터뷰를 포기하거나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다.

트럼프의 거짓말은 그 압도적인 양으로 인해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 지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전세계 관세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언급한 부가가치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적자 요인 중 하나가 "외국 정부가 미국산 수입품에는 엄청나게 높은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기네 나라 수출품에는 부가가치세를 매기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로 지능이 떨어지는 거짓말을 해도 트럼프는 더 이상 언론의 뭇매를 맞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트럼프 2기 임기 내내 최소한 3만개 이상의 거짓말을 더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다.

그런데도 전세계 각국 정상은 하나같이 트럼프에게 "관세율 인하 협상을 하자"고 조르고 있다. 수상한 이유로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도가 예외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리를 정말 많이 이용해오던 국가들이 이제야 '부디 협상해주세요(please, negotiate)'라고 말하고 있다"고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이탈리아·독일 등 미군 기지가 주둔해 있는 나라까지 포함한 15개 대미對美 무역흑자국을 '더러운 15개국(dirty 15)'이라고 부른다.

[자료 | 미 재무부 2월 재정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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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거짓말 하는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유행이 끝나버린 '팩트체킹' 형식으로 미국의 관세정책을 살펴보면 이렇다. 트럼프의 주장처럼 무역적자를 유발한 것은 '더러운 15개국'이 미국 돈을 뜯어가서가 아니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무역적자를 저축과 투자의 개념에서 보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는 저축보다 투자가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인들의 개인 저축률은 1959~2024년 평균이 8.42%인데, 갈수록 하락해서 지난해 9월엔 3.8%, 12월에는 3.3%까지 떨어졌다. 미국 내 저축이 부족하면, 이는 해외의 저축으로 충당해야 한다. 트럼프가 더러운 나라라고 부르는 한국·일본·독일 등이 미국의 부족한 저축을 메꾸고 있다.

이 나라들의 대미 무역흑자는 사실상 미국 투자자금이다. 한국·일본·독일 등의 대미 흑자는 미국이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를 사는 데 쓰인다. 미국은 이 돈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기축통화국 지위를 유지한다.

그럼 트럼프가 무역적자가 외국 탓이란 '거짓말'을 연신 늘어놓는 이유는 뭘까. 이는 미국의 진짜 문제와 연결돼 있다. 정부부채다. 현재 미국 정부부채 규모는 2025년 1월 기준 36조22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은 동맹국을 더러운 나라라고 부르기 전에 재정지출 규모를 줄이든지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미국도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효율부 수장인 일론 머스크가 정부지출의 30%가량인 2조 달러를 삭감하겠다고 공언했을 리 없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를 활용해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하지만, 이는 수출과 수입량을 감소시켜 증세 수단이 될 수 없다.

트럼프가 지난 2일 관세 발표 당시 직접 들었던 패널에는 '환율 조작과 비관세장벽을 포함한 미국에 대한 관세율(Tariffs Charged to the U.S.A. including Currency Manipulation and Trade Barriers)'이라고 적힌 칸이 있었다.

중국·유럽연합(EU)·베트남·대만·일본·인도·한국 등이 비관세장벽이나 환율조작으로 미국에 얼마나 관세를 부과했는지를 보여주는 항목이다. 백악관은 중국의 실제 대미 관세율이 67%, 베트남이 90%, 일본이 46%, 한국이 50%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브렌트 니먼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7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트럼프의 백악관은 관세 정당화를 위해 내 연구를 인용했지만, 전부 틀렸다'라는 기사에서 "내 연구대로라면 백악관이 발표한 각국 관세는 4분의 1 정도로 줄여야 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우리나라 정부는 대미 관세율이 0.79%이고, 환급절차를 밟으면 사실상 0%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3월 11일 AP통신 기자와 관세를 누가 내는지에 관해 설전을 벌였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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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과 조시 보크 AP통신 기자와의 지난 3월 11일 설전을 통해서 과연 누가 이 관세를 내는지 검증해 보자.

대변인: "관세는 외국에 부과하는 세금이고, 미국인에게는 세금 감면이다."

AP 기자: "미안하지만, 관세를 낸 적이 있나? 나는 내봤다. 관세는 외국에 부과되지 않는다. 우리 수입업자에게 부과된다."

대변인: "나는 당신이 내 경제학 지식과 이 나라 대통령이 내린 결정을 시험하려드는 것이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2월 28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자료에는 2월 미국 정부의 세수가 2960억 달러였다고 나와 있다. 재무부는 세수 중 72억4700만 달러가 관세(custom duties=tariffs) 수입이었다고 표기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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