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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부사장 만난 명태균...'윗선' 말하며 김동관 부회장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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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명태균 게이트' 검찰 수사기록에서 민간인 명태균 씨와 VIP, 즉 대통령(혹은 김건희)이 국내 최대 방산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의 정부 계약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도했다.(관련기사: 방산 대기업 특혜 의혹, 그 뒤에 명태균과 'VIP' 그림자)

윤석열 정권에서 한화는 K-9 자주포, K-21 장갑차, 경구난 차량 같은 자체 생산 무기를 방위사업청에 판매하는 7,000억 원대 계약을 맺었는데, 이 과정에 민간인 명태균 씨가 직접 관여한 흔적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도 공개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김영선 의원의 일정표에도 이들의 유착 정황이 나온다. 민간인 명태균은 사실상 국회의원 행세를 하며 한화 부사장과 만난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련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명태균 게이트'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 민간인 명 씨나 국회의원 한 명이 국가 무기 구매 계약을 쥐락펴락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들의 카톡 메시지에 나온 대로 VIP가 관여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최순실 사건을 능가하는 국정농단 초대형 게이트로 확대되는 것이다.

'김영선 일정표'에 한화 부사장과의 두 차례 만남
뉴스타파가 입수한 김영선 의원의 일일 의정 일정표는 2022년 6월 22일부터 2024년 5월 27일까지 약 2년간 활동이 기록됐다. 일정표를 보면 2022년 10월 31일과 12월 10일, 김영선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당협사무실에서 곽종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을 만난 것으로 나온다.

곽 부사장이 당협사무실을 찾아간 10월 31일은 국회 국방위에서 2023년도 방위사업청 예산을 심사하던 때다. 2022년 11월 3일, 국회 국방위는 한화 측이 김영선 의원실에 요청한 것으로 보이는 4개 무기 체계에 대한 방위사업청 예산안을 원안 그대로 채택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명 씨가 김 의원과 함께 현대로템 사장을 만난 사실을 일정표에서 확인했다. 현대로템 측도 당시 3자 저녁 회동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김영선 의원과 명태균 씨가 찰떡 콤비처럼 움직였던 점을 볼 때 곽 부사장과의 만남에도 명 씨가 동석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영선 의원실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도 명태균 씨가 총괄본부장 자격으로 매일 사무실에 나왔다고 증언했다.

일정표에 곽 부사장이 김영선 의원과 두 번째로 만난 것으로 나오는 2022년 12월 10일은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전체 예산안을 심의하던 시기다. 이로부터 13일이 2022년 12월 23일. 명태균 씨는 곽 부사장과 세 번째 만남을 도모했다.

이런 사실은 검찰은 작성한 수사보고서에 녹취록 형식으로 기록돼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찰 수사보고서(2024.12.2. 작성)
명태균 육성 "한화 부사장 우리랑 코드 맞췄으니 키워주자"
뉴스타파는 검찰이 수사보고서에 담은 2023년 12월 23일 자 통화 녹음파일을 입수했다. 이날 명 씨는 강혜경 씨에게 전화를 걸어서 "한화 예산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어 강 씨에게 김영선 의원실 소속 조모 비서관을 바꿔 달라고 한 뒤에 본격적으로 한화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명 씨는 결국 한화의 '윗선'과 만나야 한다면서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 이야기를 꺼냈다.

○명태균: 그 한화에 그 통과됐고요. 그래서 25억 얼마 그거 나오는 거 있죠? 그거 통과됐어요. 됐고, 의원님 말씀은 한화 부사장 불러서, 한화 부사장 갖고는 안되고 그 위에 있는 거를 만들어야 되는데, 이 사람은 우리가 이제 계속 자기가 부탁할 거 아니에요. 이 사람을 한화하고 우리가 협의해서 이제 키워줄 거니까 이 사람이 됨됨이가 어떤지 하여튼 대표님이 좀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그 다음에 그 윗선을 좀 만나, 윗선을 좀 만나야 되고 그렇지만, 밑에 선이 이제 탄탄해져야 우리하고 신뢰 관계가 있어야 윗선에도 이제 뭘 할 거 아니에요. 그래 말씀하시네.

●조○○: 그러면은 제 생각에는 한 번 그 본부장님 하고 곽종우 부사장 하고 내가 저 식사 자리를 한 번 잡아볼 테니까..

○명태균: 아니 대표님하고 자리를 한 번 마련해 갖고요, 이 사람을 우리 사람으로 좀 만들어갖고 그 사람 지금 김승연 회장이 이제 그만뒀잖아요. 큰 아들이 걔가 똑똑한 애거든. 계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근데 약대 서울대 약대 수석으로 들어갔어요. 그 자기 아버지가 원래 국회의원이에요. 그니까 자기 외할아버지 국회의원이라고. 그 집안이 빵빵해요. 사람이 얘가 똑똑해요. 그니까 그 큰 아들이 새로 만드는 이런 어떤 그런 사업에 이 친구도 이제 이 사람도 이 부사장도 자기가 나름대로 자리 매김하고 싶은 거 아니에요. 그럴 거 아니에요, 인정받고 싶고. 그래서 우리하고 이제 한화의 이제 책임자가 만나갖고 의원님이 좀 하실 말씀이 있는가봐요. 그래 알고, 한화의 그 부사장한테 전화해 주고.

●조○○: 내려오면 한 번 보자 하는데 지금 서울에 있던데 통화하고...

○명태균: 전화해주고 그 다음에 저 뭐야 대표님하고 보자 하니까 연말 가기 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되죠.


- 명태균-조○○(김영선 의원실 선임비서관) 통화 녹취록(2022.12.23.)


이날은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이 최종 통과된 날이다. 명 씨가 언급한 '한화 25억 원'은 한화가 생산하는 K-9 자주포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용 예산이었다. 실제로 명 씨가 이후 김동관 부회장 등 한화 윗선을 만났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당시 김건희의 비선 실세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명 씨는 창원산단 지정을 위해 한화나 현대로템 임원들을 수시로 만난 걸로 보인다. 실제로 이듬해 원희룡 장관이 이끌던 국토교통부는 창원시를 제2국가산단으로 지정했다. 방산 대기업들의 투자 약속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따라 명 씨가 각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창원산단 투자를 약속받은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혹이 발생한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당사 임원(곽 부사장)은 명태균의 존재를 최근에 뉴스를 통해 알았다”면서 “당시 담당 사업부장으로서 지역경제 발전, 일자리 창출, 사회공헌 등을 위해 창원시와 경남도, 지역구 의원 모임에 참석한 바 있고, 여러 명이 배석하기 때문에 명태균이 그 자리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둘이 만나 거나 직접 소통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한화는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 그리고 명태균으로부터 어떠한 예산 혜택을 받은 바 없으며, 명태균은 물론 김 전 의원에게 어떠한 대가성 행위를 한 바도 없다”고 로비나 특혜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민간인 명태균 씨가 창원산단 지정과 관련해 방산 대기업과 소통하고 특혜를 준 정황이 담긴 여러 증거들을 확보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수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뉴스타파 이슬기 fellow-sk@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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