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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리부트]세제는 일몰, 투자는 실종…정책 대수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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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정부·공공기관 콘텐츠 지원 설문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워온 K콘텐츠가 중대한 전환점에 섰다. 특히 K콘텐츠의 주력인 영상 콘텐츠는 민간 투자 위축과 실효성 낮은 세제 지원, 제도의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산업 전반에 구조 개편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9일 한국콘텐츠진흥원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유통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4년 업계 종사자들이 향후 가장 확대되길 바라는 지원 항목으로 기획개발 단계 투자 지원(6.39점), 제작비 세액 공제(6.11점)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단순한 제작비 지원을 넘어, 기획 단계부터 안정적 자금 흐름을 설계할 수 있는 구조적 금융지원 체계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K콘텐츠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정부의 콘텐츠 정책 전반을 구조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창작자 개인의 기획력뿐 아니라 이를 시장과 연결시키는 정책 설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세액공제는 3년마다, 제작은 길다…K콘텐츠 세제지원, 구조 개편 시급

먼저 콘텐츠 제작을 둘러싼 제도 환경을 산업 현실에 맞게 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콘텐츠 금융제도 개선은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현행 일몰제 기반의 세액공제 제도를 상시제로 전환하고,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공제율 확대가 핵심으로 제시된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는 2017년 한시적으로 도입된 뒤 3년마다 연장돼 올해 다시 일몰 기한이 돌아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3년 일몰제'로는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상 콘텐츠 제작은 기획부터 완성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실제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도 상당히 지연되는 구조”라며 “그사이 제도가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있다면 누가 위험을 부담하겠나”라고 밝혔다.

해외 주요국의 영상 제작 지원제도 공제율은 20~40% 수준으로 국내보다 더 상향된 지원을 한다. 이에 반해 국내는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으로 구분해 차등적 세액공제율을 적용한다는 한계점도 지적됐다. 헐리우드 콘텐츠의 중심지이자 넷플릭스 본사가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영상 제작에 대해 20~30% 수준의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아울러 국내는 기업 규모에 따라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투자 유인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영상 콘텐츠 산업의 제작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수혜가 가능한 세제지원이 효과적”이라며 “글로벌 문화선진국처럼 기업규모에 대한 차등 공제가 아닌 자국내 콘텐츠에 대해 동일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콘텐츠 전반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공연 콘텐츠 등 새로운 장르에 대한 세액공제 신설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민간 주도 콘텐츠 투자 생태계 구축해야

콘텐츠 산업 위기는 낡은 규제, 레거시 미디어 쇠락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한다. 하지만 업계는 가장 결정적 위기 요인이 국내 콘텐츠 기업에 대한 투자 위축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 중심의 제작지원 방식보다는 민간이 주도하는 새로운 콘텐츠 투자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이 민간 자본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콘텐츠 산업은 보조금 중심 구조를 넘어 자생적 성장 생태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민간 주도의 완성보증제도가 활발히 운영되며, 제작비의 최대 100%까지 보증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반면 한국은 정부 주도로 제도가 운영되며, 보증 범위도 최대 70% 수준에 그친다. 국내도 금융기관·보증기관 등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고, 보증 한도를 상향하는 등의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전문가들은 콘텐츠 산업의 특성상 투자 위험이 높아 '모험투자'에 가까운 성격을 지니는 만큼, 위험을 감수한 민간 투자자에게 정당한 인센티브가 돌아가는 구조 설계가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콘텐츠를 단순한 창작물이 아닌 고유의 자산(IP)으로 보고, 그 수익성과 시장성을 기반으로 한 자발적 투자 흐름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산업은 특례상장제도 등 시장 내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이 있지만, 콘텐츠 산업은 아직 기획력과 저작권이 시장에서 평가받을 기회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정부는 콘텐츠 산업에서 마중물 역할에 집중하고, 민간이 리스크를 분담하며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글로벌 확장을 위한 '스케일업'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대형 사업자들이 주도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콘텐츠 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모험을 감수하는 사업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 그리고 민간 자금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는 금융 인프라의 혁신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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