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고 하셨던 체육복 한 번 입어보지 못하시고…" 아들 눈물만
대구 산불 진화하다 순직한 정궁호 기장 영정사진 |
(세종=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산불 진화 중 헬기가 추락해 순직한 고(故) 정궁호(74) 기장 빈소가 9일 세종시 세종충남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정 기장은 지난 6일 오후 3시 41분께 대구 북구 서변동 산불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벌이던 대구시 동구 임차 헬기가 추락하면서 숨졌다. 이날 대구시 북구 무태조야동 행정복지센터에도 분향소가 마련됐다. 11일 오전 7시 발인 예정이다.
빈소에서 아들 정만곡(44) 씨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다 "엄했던 아버지가 체육복 한 벌에 그렇게 좋아하셨어요. 한 번 입어보지 못하시고…"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정 기장은 전화로 "내년에도 사줄 거지?"라는 장난 섞인 농담을 했고, 그에 "아버지 당연하죠"라고 답했다고 아들은 떠올렸다.
정씨는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도 1시간가량 그냥 멍하기만 했다"며 "정신을 차려보니 제가 운전을 하며 대구로 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동료 잃은 슬픔…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
35년이 넘는 비행 경력의 베테랑 정 기장은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육군 항공대를 거쳐 1986년 7월 경찰에 입직했다.
정씨는 "아버지는 누구에게나 인자하고 따뜻했지만, 아들인 제게는 엄했다"며 "'떠날 때는 흔적을 남기지 말라'고 자주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해야 할 일을 돋보이게 하거나, 자랑하지 말고 깔끔하게 완수하고 티를 내지 말길 바라셨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책임감 강한 남편을 평생 내조한 부인은 대구에서 일하는 남편을 따라 원룸에서 같이 생활해오다 주일을 맞아 세종 본가 교회를 찾았다 믿지 못할 비보를 들었다.
"냉면 가지고 되겠어? 밥을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말이 마지막이 될 줄은 차마 몰랐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빈소가 마련된 오전부터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정 기장 아내는 조문객들을 맞지 못한 채 빈소 한쪽에 마련된 빈방에서 흐느낌을 멈추지 못했다.
coo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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