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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대행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에…조중동 등 보수언론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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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8일 대통령 임명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2인을 전격 지명한 데 대해, 언론은 보수·진보 등 보도성향을 막론하고 대체로 비판적인 입장에서 이를 보도했다.

9일자 조간신문 보도를 종합하면, <조선일보>를 제외한 이날자 8개 종합일간지 모두 사설·기사를 통해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비판했다. <조선>은 양비론에 가까운 입장을 견지했지만, 이들 또한 사설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찬반론이 있다"며 "법적·정치적 숙의 과정이 좀 더 필요했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고 비판적 여론을 언급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한덕수 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부적절하다'라는 제목으로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 정말 불가피한 경우에만 정치·사회적 합의에 따라 신중하게 행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비판하며 "더구나 지난해 12월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을 임명하지 않으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한 대행이 이제 와서 대통령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한 대행이 지명한 인사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완규 후보자는 윤 전 대통령의 대학·사법연수원 동기로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다음 날 삼청동 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함께 회동해 내란 혐의로 고발까지 당했다"며 "한 대행은 이번 결정을 재고하고, 대선 국면과 불안한 경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집중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도 이날자 사설에서 "한 대행의 전격적인 헌법재판관 인사권 행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선으로 순조롭게 전환하나 싶던 정국에 만만치 않은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며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은 전례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도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헌재소장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더욱 의아한 것은 한 대행이 지명한 이 법제처장이 윤 전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와 연수원 동기, 검사 동료로서 윤 전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 역할을 했던 최측근 인사라는 점"이라며 "논란이 많은 인물을 지명한 한 대행의 권한 행사를 두고 일각에서 향후 자신의 행보 등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법조계에서도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에 대해 ‘직무범위를 넘어선 위헌’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헌법 수호기관의 보혁 구도를 바꿀 중대한 결정을 선출되지 않은 권한대행이 내리는 것은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어떤 정치적 논란에도 거리를 둬야 할 처지에 그 당사자가 돼선 더더욱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진보성향 <한겨레>, <경향신문> 사설은 제목부터 '내란 방조 이완규 헌법재판관 지명한 한덕수 제정신인가'(경향), '안가 회동 윤석열 친구를 헌법재판관 지명하다니'(한겨레) 등 강한 비판조였다.

<경향>은 "민주적 정통성이 없는 임시 지위인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은 그 자체로 위헌"이라며 "해서는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하고 있는 한 대행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내란 세력을 헌재에 알박기 하기 위해 한 대행이 총대를 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한겨레>도 "중대한 위헌이요, 명백한 월권"이라며 "대통령 몫이라 함은 말 그대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재판관을 뜻한다. 임시로 권한을 대행할 뿐인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명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도성향 <한국일보>도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 월권이다' 제하 사설에서 "대통령 파면 이후 국정 수습에 매진해야 할 마당에 한 대행이 또 다른 국론 분열과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우려하며 "권한대행 지위는 국민이 선출해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대통령과는 엄연히 다르다.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가 한시적, 제한적 현상 유지에 그쳐야 한다는 해석이 다수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도 '한 대행 헌법재판관 지명, 이 시점에 또 정쟁 치닫나' 제하 사설에서 "하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측근인 이 처장 카드를 꺼내 논란의 불씨를 더 키웠는지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들 신문은 "지명 철회를 포함한 한 대행의 현명한 판단과 처신이 요구된다"(한국), "한 대행도 고위직 임명은 가급적 절제하는 균형감각을 발휘해 정쟁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서울)라고 촉구했다.

보수 기독교계 여론을 대변하는 <국민일보> 사설 제목도 '윤 최측근을 헌법재판관 지명한 한 대행의 이상한 인사'였다. <국민>은 "한 대행의 이번 인사권 행사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선출직이 아닌 한 대행의 대통령 몫 지명이 과연 온당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는 없었다. 게다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차기 대선이 6월 3일로 확정돼 두 달 뒤 새 대통령이 취임할 텐데 임기 6년 재판관을 미리 지명한 것은 월권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짚었다.

<세계일보> 역시 '논란 불가피한 한 대행의 후임 헌재 재판관 지명' 제하 사설에서 "헌재 파행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지만 월권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며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지명한 것 자체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신문은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을 비판한 전문가 의견도 기사를 통해 소개했다. 헌재 헌법연구부장 출신 김승대 변호사는 <동아> 인터뷰에서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는 현상 유지적인 것에 그친다고 봐야 한다"며 "국회 추천 몫 재판관에 대한 임명과 달리 대통령 지명권은 현상 유지가 아닌 적극적 권한 행사인 만큼 위헌"이라고 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향> 인터뷰에서 "헌법에 권한대행의 권한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허점을 노린 꼼수"라고 비판했고, 김남주 변호사도 같은 신문 인터뷰에서 "당장 두 달 안에 새 대통령이 선출될 예정인데, 지금 재판관을 지명하는 건 자신이 대통령을 대신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알박기"로 규정했다. <국민>은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의 "윤 전 대통령 입김이 미친 인선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을 인용 보도했다.

최윤철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현상 유지만 하는 것이 맞다는 게 학계의 지배적인 학설"이라고 했고,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통령 몫은 대통령이 직접 골라야 하고 재판관 지명은 현상을 변경하는 적극적인 권한 행사라 대행의 직무 범위 밖"이라고 지적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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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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