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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수)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104% 관세 맞고도 믿는 구석?…中 "용기 있으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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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0달러 지폐와 중국의 100위안 인민폐 지폐. 9일 미국이 중국의 보복관세를 이유로 총 104%의 상호관세 부과를 시작하면서 양국의 관세전쟁이 정면 충돌 국면에 들어섰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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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부터 총 104%에 달하는 ‘관세 폭탄’을 맞은 중국이 맞불 가능성을 예고했다. 앞서 중국은 대미 보복관세 34%를 10일 정오 발효할 것이라 했다. 상호관세가 발표된 9일엔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2만8000자 분량의 미·중 무역 실태를 다룬 백서를 내놓으며 향후 대응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과시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8~9일 12년 만에 ‘주변공작회의’를 소집해 미국의 상호관세에 피해를 본 아시아 주변국 외교를 강화하라고 지시하는 등 직접 '관세전쟁'을 챙기겠다는 인상까지 풍겼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이날 린젠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104% 관세 발효에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과도한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러한 횡포와 괴롭힘 행위에 중국은 단호히 반대하고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만일 진정으로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평등하고 존중하며 호혜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미국의 관세 취소를 촉구했다. 이어 “만일 미국이 양국과 국제사회의 이익을 무시하고 관세전쟁, 무역 전쟁을 강행한다면 중국은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문판공실은 중국 관영 신화사를 통해 2만8000자 분량의 『중미무역관계의 약간의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란 제목의 백서를 공개했다. 중국 상무부 관계자는 “중국은 의도적으로 흑자를 추구하지 않았으며,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7년 9.9%에서 2024년 2.2%로 떨어졌다”고 미국의 관세 조치에 반박했다. 또 “중국의 전체 관세 수준은 2001년 15.3%에서 9.8%로 낮아져 선진국의 평균 세율 9.4%에 근접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의 각종 보조금 규율을 엄격히 준수하고, WTO에 보조금 실태를 통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주변국 외교를 다루는 최고 레벨의 회의를 소집했다. 리창 총리가 사회를 보고 상무위원 7명 전원이 참석한 ‘주변공작회의’에서 시 주석은 “주변국 운명 공동체 구축에 집중하고, 주변국 업무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늦은 밤 중국중앙방송(CC-TV)이 운영하는 SNS 계정인 위위안탄톈(玉淵譚天)은 “중국은 문제를 일으키지도, 문제가 두렵지도 않다”는 글을 올렸다. 위위안탄톈은 “미국의 관세는 이미 세계가 분노를 금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지혜로운 이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렵지 않다(知者不惑 勇者不懼)”는 논어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은 협상의 대문을 닫지 않겠지만, 미국이 중국에 취한 모든 일방적인 관세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위협은 실수에 실수가 더해진 것”이며 “미국이 자기주장을 고집한다면 중국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반격은 타의에 의한 것이며, 합리적이고 합법적”이라고 보복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9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강공에도 중국이 태연하게 맞서는 데는 승리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트럼프의 관세가 유발할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불만을 미국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끝까지 싸우는” 대신,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거나 고용이 감소하기 시작할 때까지만 싸우면 된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해석도 나온다. 대만 연합보는 "최근 중국 내부에서 벌어지는 논쟁 중 ‘일석사조(一石四鳥)’ 설이 강경 대응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거울로 반사하듯 트럼프의 압박에 '거울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네 가지 근거를 들었다.

첫째, 정치적 올바름이다. 지난 5일 중국은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질서와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 무역 체계를 수호하겠다”며 국제질서에서 도덕적 우위에 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둘째, 경제적 올바름이다. 중국의 주요 수출 기반인 저장성·광둥성 조사에 따르면 무역 기업의 수출 이익률은 1.8~3.5%에 불과하다. 적지 않은 기업이 세금 환급과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상태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미·중 디커플링을 초래하는 보복이 두렵지 않고, 정부 지원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게 더 이익이란 논리다.

셋째, 역사적 관점에서 냉전 시기 ‘철의 장막세’의 부활이라는 시각이다. 동서 냉전 당시 48%까지 관세가 인상되자 협상의 여지 없이 오로지 대결만 이어졌다. 트럼프의 관세는 이미 디커플링을 의미하기 때문에 능동적 자세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넷째, ‘강제진보’ 이론이다. 미국의 이번 관세 압박을 기회로 미국 수출 시장을 폐쇄해 수출 지향적인 중국경제를 내수형 경제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이에 따르면 오랫동안 논의만 있었을 뿐 이루지 못했던 국내 대순환을 미국이라는 외부의 추진 동력으로 이룰 수 있다.

중국의 종합적인 경제 대책은 이달 중순 열릴 정치국회의에서 구체화할 전망이다. 해마다 4월 정치국회의는 1분기 경제 성과를 기반으로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9월에도 3분기 성장률 악화가 예상되자 정치국회의 직후 대대적인 부양책을 발표한 바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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