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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 (화)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그냥 쉰' 청년, 정말 그냥 쉬고 있을까…"왜 쉬나" 물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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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앞두고 불안…"더 많은 스펙이 취업 당락 좌우하는 듯"

대학생 A 씨의 학과는 소위 '핫한' 곳입니다.

전 세계적인 대세, AI 관련 학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졸업할 때가 되니, 취업 시장의 문턱이 높게만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A 씨를 두렵게 했던 건 학벌이었습니다.

아무리 학벌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라고 해도, 좋은 대학을 나온 친구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A 씨의 선택, 당장 취업 준비가 아닌 '편입'이었습니다.

하지만 취업과는 또 다른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편입에 성공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졸업이 늦고, 실패하면 허송세월을 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취업 시장으로 돌아가려 해도, 너무 멀리온 것 같았습니다.

A 씨는 "졸업 후에 준비하는 것이다 보니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조급한 마음이 들 때 가장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결국 A 씨는 편입에 성공하지 못하고, '그냥 쉰' 청년이 됐습니다.

원하던 결과는 얻지 못했지만 마음은 후련해졌고, 이 참에 좀 더 쉬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A 씨는 "학벌이나 학과, 나이 등에 대한 제한보다 개인의 다양성과 경험을 존중하는 것 같다"면서도 "이 때문에 오히려 이를 증명할 추가적인 스펙이 취업의 당락을 좌우하는 것 같다,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생성형 AI Chat gpt 제작]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칼 뽑았으니, 무라도 베어야죠"…교사 그만두고 다시 길 찾아

교육 대학을 졸업하고 교단에 섰던 25살 B 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그냥 쉰' 청년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좋아해, 당연히 교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대에 들어가고,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이런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B 씨는 "막상 교단에 서보니 학생들의 돌발 상황, 전출입, 학교 폭력 같은 변수들로부터 오는 감정 소모가 너무 컸다. 그런 상황을 감당할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장래 희망 칸을 교사로만 채웠던 그에게, 생각과 현실의 간극은 쉽사리 넘기 어려웠습니다.

'교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제 자체가 없었던 A 씨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쉬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교단을 떠나기로 한 날로부터 6개월의 시간, 온전히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데 썼습니다.

B 씨는 자기가 생각한 것보다 더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교사라는 안정적인 길에서 나와, A 씨는 사무직 취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계속 탐색하고 수시로 바뀌는 흐름을 끊임없이 따라가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방향을 정했어도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선택이 맞는 걸까' 스스로에게 묻고 있습니다.

B 씨는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불안하지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TV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 최종 합격 기쁨도 잠시…2년째 '무한 대기' 중

2년 전 간호학과를 졸업한 26살 C 씨는 '쉬고 싶지 않은 데 쉬는 청년'입니다.

학교 졸업과 동시에, 꿈꾸던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간호사라면 누구나 가고 싶은 병원인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간호직 경쟁률이 급격히 상승했기에 기쁨은 더 컸습니다.

그러나 잠시뿐이었습니다.

C 씨는 2년 동안 병원으로부터 출근 통보를 받지 못한 채 ‘대기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경기 부진에다 의대 증원 사태가 겹치면서 정식 발령이 무기한 연장된 것입니다.

C 씨는 "입사가 이렇게까지 미뤄질 줄은 몰랐다. 길어야 몇 달일 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취업 준비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언제 입사 통보가 올지 몰라 아르바이트 정도만 하면서 지내고 있다"는 게 C 씨의 말입니다.

일상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고 일기를 쓰는 게 C 씨의 주요 일과입니다.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면 진짜 열심히 하는데도 기회를 못 받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것 같다"며 "자기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C씨는 덧붙였습니다.

C 씨는 여전히 자신이 통계상 '그냥 쉬는 청년'인지, '구직 청년'인지, '실업 청년'인지 알지 못합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9만 명 증가했지만, 20대에서는 20만 2천 명 감소했습니다.

청년층 고용률은 44.5%로,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3월 기준 가장 낮았습니다.

'그냥 쉰' 청년 인구도 1년 전보다 5만 2천 명 늘어난 45만 5천 명으로, 3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최문석 한국경영자총협회 청년ESG팀장은 “진로 탐색이 늦어진 청년과 퇴사 후 다시 일하기 어려운 청년 모두를 위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며 “유휴 인력이 노동시장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민간과 정부가 함께 구조를 개선할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청년 #취업 #실업 #실직 #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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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서(ms328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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