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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 (화)

'지브리 열풍'에 그림 7억장 쏟아낸 AI…예술계 "다 굶어죽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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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그래픽 = 김다나 디자인기자



1주일 만에 7억장 이상의 이미지를 생성한 생성형 AI(인공지능) '챗GPT'에 대한 예술계의 반발이 거세진다.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누구나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창작 의욕을 저해하고 일자리를 뺏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오픈AI와 데이터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 등에 따르면 챗GPT가 지난달 27일 '챗GPT-4o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주간 활성 이용자 수는 5억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3억 5000만명)과 비교하면 약 30% 뛰었다. 이미지 서비스를 이용한 이용자 수만도 1억 3000만명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1주일간 이용자 수가 125만명에서 300만명으로 2.5배 늘었다.

챗GPT 열풍에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 스튜디오' 풍의 이미지 전환 서비스가 큰 역할을 했다. 아무 사진이나 올리면 1~2분 안에 지브리 화풍으로 바꿔주는 서비스다. 연예인·인플루언서는 물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등 유명 인사가 직접 이용 '인증샷'을 올렸다. 지브리 이미지로 바꾼 메신저 프로필 사진(프사)도 유행한다.

예술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최장기 연재 순정만화인 '안녕 자두야'의 이빈 작가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지브리 AI를 보고) 힘이 빠진다. 지금 올리는 그림이 마지막 같다"고 말했다. 일본 1위 만화인 원피스의 애니메이션 감독 이시타니 메구미도 "AI가 지브리를 싸구려 취급하고 있다"며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예술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적은 작업 시간과 비용이다. 챗GPT는 월 2만 9000원(앱 결제 기준)을 내면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장당 5~6만원이 소요되는 인간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과 비교하면 턱없이 저렴하다. 웹툰이나 만화, 영상 등 콘텐츠도 기존 대비 5~10%의 비용과 시간만으로도 완성된 작업물을 받아볼 수 있다.

지난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웹툰산업 제작 구조 변화에 따른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술이 창작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56.0%다.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23.7%다. 6년차 웹툰작가 A씨는 "그림을 아예 못 그려도 챗GPT에 입력만 하면 1시간도 안 돼 웹툰을 뽑아낼 수 있다"며 "시놉시스부터 콘티, 작업까지 최소 4~5일이 걸리는 사람과 게임 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 문제도 걱정거리다. 화가가 그리는 그림이나 작곡가의 음악도 생성형 AI가 학습만 하면 무한정 찍어낼 수 있다. 원작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거나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다. 오픈AI를 상대로 뉴욕타임스나 작가 마이클 샤본 등이 저작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분쟁이 진행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다.

예술계는 AI에게도 인간 창작자와 유사한 수준의 비용을 책정하는 등 합리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검토 중인 AI 기본법 등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술단체 관계자는 "AI가 마구잡이로 창작물을 이용하게 되면 인간 작가들은 모두 실직자나 다름없게 될 것"이라며 "AI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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