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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2 (화)

수돗물이냐 생수냐, 긁히는 라면물 논쟁 [요즘,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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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끓이는 방법, 시작부터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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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물 종류입니다. 그에 대한 사랑이 이제는 그를 만나는 첫 번째 단계 물부터 시작이 된 건데요. 물양도 아닌 물 종류라니 머리가 어지러워지죠.

세계라면협회(WINA)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성인 1인당 라면 소비량이 연간 78개로 베트남(82개)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 있는데요. 한국의 라면 사랑은 그 종류만큼이나 다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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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라면에 대한 취향도 진심인데요. 그 누구보다도 맛있는 라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한 고생도 마다치 않죠. 그렇기에 ‘라면 물양’, ‘라면 달걀 추가 여부’, ‘풀어서 넣는 달걀 통째로 넣는 달걀’, ‘면과 스프 중 무엇을 먼저 넣나’, ‘추가 재료 여부’, ‘면 익힘 정도’ 등 정말 다양한 선택지가 한 그릇 라면 앞에 놓입니다. 이 무서운 진심이 이제는 물 종류 논쟁으로 번진 거죠.

이런 논란은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친구가 라면을 끓여줬는데 수돗물에 끓여줬다. 짜증 난다”는 글로 촉발됐는데요. 이 글쓴이는 당연히 생수나 정수 물로 끓여야 하는데 수돗물로 끓인 것이 ‘위생상 더럽게 느껴진다’는 의미로 적었죠. 하지만 네티즌의 반응은 사뭇 달랐는데요. “그럼 수돗물로 끓이지 무엇으로 끓이나?”, “수돗물을 더럽다고 느끼면 설거지와 생수는 어떻게 하나” 등의 반응이 쏟아졌죠.

이후 이 논쟁은 방송과 유튜브 등으로 번졌고, 현재까지도 해당 문제 게시글이 올라오면, ‘수돗물파’와 ‘생수파’로 나뉘어 뜨거운 전쟁을 벌입니다. 최근에는 “그렇다면 비빔면 종류는 왜 생수가 아닌 수돗물로 헹구냐”며 또다시 도화선에 불을 붙였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물 논쟁’이 벌어질까 싶지만, 진심엔 더 큰 진심으로 답해야겠죠. 이 수돗물과 생수 라면물 논쟁을 과학, 미각, 심리, 사회인식 등으로 나누어 상세히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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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파는 ‘수돗물이 위생적이지 않다’를 주요 문제로 내밀고 있는데요. 과학적으로 수돗물이 정말 그럴까요?

사실 우리나라 수돗물은 법적 식수 기준을 충족하며, 대부분 지역에서는 끓이기만 해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습니다. 염소 소독으로 잡내가 날 수 있지만, 이는 끓이면 대부분 날아가죠. 다만 오래된 아파트나 노후 수도관을 사용하는 경우, 녹물이나 중금속에 대한 우려로 정수기나 생수를 선호하는 사례도 많은데요. 결국, 수돗물의 실제 ‘안전성’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심리적 신뢰도’에 따른 생각인 거죠.

앞서 설명한 게시글에 반발이 많았던 이유는 라면 물로 수돗물을 활용하는 이들이 더 많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환경부가 2024년 발표한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에 따르면, 밥과 음식을 조리할 때 수돗물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끓여서 쓴다는 가구는 66.0%로 가장 많았습니다. 정수기 물은 40.8%, 생수(먹는 샘물)는 13.0%였죠.

반면 마시는 물에 한정하면 정수기 물이 53.6%, 수돗물이 37.9%, 생수는 34.3%로 조사돼 마실 땐 수돗물보다 정수기·생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즉 라면 국물도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생수를 사용한다는 사람들이 바로 이를 예로 든 거죠. 수돗물에 대한 불신 이유로는 ‘노후 수도관의 불순물 우려(34.3%)’,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서(21.5%)’, ‘염소 냄새(13.2%)’ 등이 꼽혔습니다.

하지만 ‘수돗물파’는 오히려 생수가 더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시판 생수에서 수돗물의 10배에 이르는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국내 연구 결과를 당당히 전면에 내세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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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미각적인 측면으로 살펴봅시다. 라면 국물이 정말 물맛에서 갈리는지 여부인데요. 몇몇 유튜브 채널과 소비자 실험에서는 같은 라면을 수돗물, 정수기 물, 생수로 각각 끓여 맛 비교 실험을 했는데요. 결과는 미묘하지만, 차이를 느꼈다는 사람이 조금 더 많았습니다. 염소 냄새, 미네랄 함량, 잡미 등의 차이가 국물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데요. 하지만 “큰 차이 없다”는 의견도 상당해서 결국은 개인의 취향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돈 주고 사 먹는 생수는 수돗물과 다른 ‘프리미엄’이라는 심리와 소비성으로도 분석해 볼 수 있는데요.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6900억 원에서 2023년 2조7400억 원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지난해에는 3조 원을 넘겼죠. 최근 3년 새 54.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입니다.

이런 상황 속 생수는 구매 과정 자체가 ‘신뢰’를 만드는 효과가 있는데요. 같은 물이라도 돈 주고 산 생수가 더 깨끗하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나 건강에 민감한 소비자일수록 생수 사용을 고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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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하나를 두고 요리인지 아닌지, 합리인지 감성인지 그 차이를 건드렸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단순한 물 선택이 건강 취향, 소비 가치관, 사회 계층까지 번졌다고 말이죠. 하지만 이 또한 논쟁이 심화하며 나온 ‘격한 반응’으로 너무 진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찌 보면 이 또한 티키타카와 취향이 합친, 장난 섞인 진심으로 음식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K-논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사뭇 진지하게 싸우지만 그래도 이면에는 ‘웃음’이 있는데요. ‘생수파’와 ‘수돗물파’의 대결 속에서 “그럴 시간에 면 불겠다”, “생수 붓는 동안 이미 다 끓였다” 등의 유쾌한 태클과 드립이 함께 합니다. 무의식 속 ‘나의 생활 기준’이 ‘논쟁의 밈’이 되는 한국식 공식인데요. 어떤 주제든 호불호가 나뉘고 극단적 입장이 밈으로 퍼지고 다시 웃으며 싸우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익숙한 공식 말입니다.

마치 탕수육 찍먹과 부먹, 민초파와 반민초파, 파인애플 피자 찬반처럼요. 이 라면 물 논쟁도 ‘하찮지만 은근히 중요하게 느껴지는’ K-논쟁 포맷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거죠.

라면물 논쟁. 무해하지만 은근히 뜨거운, 일상의 철학을 보여주는 순간인데요. 네, 라면이란 그렇습니다. 그 어떤 물이라도 포근히 다 품어주는 석박사님들의 노력의 결정체, 스프와 면이 담긴 라면 한 그릇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거든요.

[이투데이/기정아 기자 (kk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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