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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 뿌리는 ‘산분장’ 합법화됐지만…뿌릴 장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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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말까지 공공장지 3곳 조성 추진

주민 반발-오염 우려에 나서는 지자체 없어

“문화-체육시설 유치 등 인센티브 제공해야”

화장한 골분(뼛가루)을 산과 바다에 뿌리는 산분장(散粉葬)이 올해 제도화됐지만, 대중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분장지 조성에 대한 주민 거부감이 여전히 크고 공공 산분장지를 조성할 지방자치단체는 미온적인 곳이 적지 않다.

산분장은 고령화로 사망자가 늘어나는 ‘다사(多死) 사회’에서 유골 관리 비용을 줄이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이고 유기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주민 반발-환경오염 우려에 장지 조성 ‘주춤’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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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불법도 합법도 아닌 회색지대에 있던 산분장은 올해 1월 장사법 개정으로 제도화됐다. 보건복지부는 연말까지 공공 산분장지 3곳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10% 수준인 산분장 이용률을 2027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지자체가 산분장지를 마련하면 국고를 지원하기로 하고, 이달 중순까지 신청을 받고 있다.

개정된 장사법에 따르면 산분장이 가능한 곳은 뼛가루를 뿌릴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된 묘지·화장시설·봉안시설·자연장지 및 해안선으로부터 5km 이상 떨어진 바다다. 육지에서 5km 이상 떨어진 바다도 환경관리해역, 해양보호구역에서는 산분이 제한된다.

정작 지자체들은 환경오염과 주민 반발 등을 이유로 산분장지 조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전북도 관계자는 “뼛가루가 많이 쌓이면 지하수 등이 오염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것에 대한 주민 반발이 우려된다. 특히 해녀 등 어업 종사자들이 피해를 본다면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바다를 찾은 관광객이 산분하는 모습을 보기 꺼릴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 “부모님 모셔도 될까” 거부감도 여전


2023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장례 방법으로 산분장을 선택한 비율은 22.6%로 봉안당 안치(35.2%), 자연장(33.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매장을 선호한 비율(8.5%)보다는 약 3배였다. 2022년 산분장 정책 도입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복지부 자체 조사에서도 72.8%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산분장에 대한 거부감, 전통적 장례 의식과 다르다는 생각 때문에 실제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다른 장례 방법과 달리 산분은 골분이 사라져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가족 장례 방법으로 선택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주민 반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산분장지를 조성할 때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등의 제안을 내놨다. 엄기욱 군산국립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문화·체육시설 유치 등과 연계해 추진하면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이 거부감을 덜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산분장의 경우 유족 입장에서 ‘고인을 추억하고 싶을 때 어디를 찾아가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며 “해외에서는 산분을 하더라도 고인을 추억할 수 있도록 공간을 잘 조성해 둔다”고 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산분장지는 헌화 장소 등 추모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생전에 원하는 장례 방식을 정하는 ‘사전장례 의향서’ 제도를 활성화하면 유족의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배순영 한국소비자원 전문위원은 “장례 방식을 미리 명확히 정해두면 유족은 심리적 갈등 없이 고인의 뜻을 존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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